고농축 우라늄 공개 뒤 전문가들 '비확산 저해 위험' 지적
"북한, 핵물질 더는 불필요"…학계, 핵탄두 90개 비축 추산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북한이 지난 13일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개된 규모로만 봤을 때도 북한이 이미 국제 제재를 피해 상당한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초과분은 판매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 공개 문제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시설의 규모를 볼 때 북한이 자국 안보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을 수 있으며 초과분이 불법 무기를 생산하려는 다른 국가에 공급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터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북한의 골치 아픈 새로운 능력이 IAEA 총회의 주요 이슈였다"며 "이 물질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핵무기 공학자인 로버트 켈리 전 IAEA 국장도 "북한은 이미 상당한 양의 핵 비축용 농축 우라늄을 생산했고 거의 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켈리 전 국장은 "중대한 우려는 초과분이 국가이든 아니든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곳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대량살상무기로서 핵무기를) 엄청나게 확산시킬 우려"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 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은밀하게 관리해 온 핵심 핵시설을 외부에 직접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 매체가 발행한 사진 등을 보면 최신식 시설 안에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얻는 데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와 캐스케이드(연속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 다수를 연결한 설비)가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블룸버그는 북한이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과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이미 IAEA의 영향력을 벗어났다고 짚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분석가들도 공개된 사진이 북한이 국제 제재를 성공적으로 회피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저위력 핵탄두를 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은 최근 북한의 핵탄두 비축량이 90개까지 증가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