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 조치" 경고 메시지…전문가 "추세적 변동성에 영향은 제한적"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박원희 기자 = 한국과 일본 경제수장이 두 달 만에 또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 하락에 우려를 표명하며 환율 방어에 나섰다.

최근 유로화 약세에 따른 강달러 기조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선을, 엔/달러 환율은 160엔선을 위협하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의 직후 발표한 공동 보도문에서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16일 미국 워싱턴 DC 면담에 이어 두 달여 만에 한일 재무장관이 공동으로 통화가치 하락에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이다.

최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장관은 지난 4월 만남에서도 원화·엔화 통화가치 급락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며 '적절한 조치'를 언급한 바 있다.

양국 재무수장은 이날 공동보도문에서 지난해 재개한 한일 통화스와프, 지난 5월 아세안+3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 성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개편 등 역내 금융안전망도 부각했다.

스즈키 장관은 이날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노력과 외환시장 개방 연장 등에도 지지 목소리를 내며 환율 방어 이상의 협력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양국 재무수장이 두 달 만에 외환시장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은 외환시장이 글로벌 강달러 기조로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1일 장 초반 1,390원대로 올라서며 두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높이면서 환율은 1,380원대로 내려왔지만, 환율이 1,400원선을 넘길 수 있다는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기록적인 엔저가 꼽히는 만큼 이번 한일 재무수장의 공동 대응은 그 자체로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추세적으로 환율이 변하는 것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매일 환율의 변동성을 약화시키는 수준의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엔화·원화 약세와 강달러 기조가 유로화 약세, 미국의 고금리 등 외인 영향이 큰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거나 유럽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드는 등 구조적 변화가 없는 한 한일 공동 대응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환율은 주도권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통화정책을 바꾸지 않은 한 한일 재무장관 성명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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