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빈소 눈물바다…"자식 두고 어딜 가나" 손자 안고 모친 오열
"항상 웃고 인품 좋던 동료" "일밖에 모르던 동생"…유족·지인 침통
직장 동료들 "늘 점심 사먹던 회사 앞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김정진 이율립 최원정 최윤선 기자 = "저렇게 훌륭한 아들을 둔 부모는 얼마나 좋을까 그랬는데…."
2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사망자 31세 윤모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선 유족의 울음소리만 새어 나왔다.
달려온 윤씨의 동료들은 빈소 밖에서 눈물을 훔치며 영정사진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윤씨는 서울시청 세무과 직원으로 확인됐다. 동료 등에 따르면 윤씨는 사고가 난 1일 저녁 야근을 하고 다른 직원들과 식사를 한 뒤 헤어지려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난 장소는 시청뿐 아니라 은행 등 기업체 사무실 건물과 음식점 등 상가가 밀집한 곳이었기 때문에 사상자 대부분은 인근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들이었다.
4년가량 함께 일했다는 한 동료는 윤씨가 외고 등을 졸업한 인재였다고 전했다.
이 동료는 "2020년에 7급 공채로 들어온 직원인데 인품이 정말 좋았다. 고참들도 힘들다고 하는 일을 1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항상 웃었고 힘들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정말 정말 착하고 애교도 많고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진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며 연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청 청사운영팀장 김모(52)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도 비통한 분위기였다. 김씨는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시청으로 돌아가 남은 일을 하려다 변을 당했다.
김씨의 고등학교 동창인 권모(52)씨는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주말에도 갑자기 연락도 없이 출근했던 친구였다"며 "지난주 토요일에는 통화하면서 '자기는 서울시를 위해 한 몸을 다 바칠 각오를 한 사람'이라고 하기에 '미련하다'고 웃어넘겼다"고 안타까워했다.
권씨는 "평소 등산을 좋아해 다음에 꼭 같이 산에 가자고 약속했는데 결국 같이 못 간 것이 마음에 남는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형도 "청사 관리가 워낙 바쁜 업무다 보니 보통 저녁 8∼9시쯤 퇴근하며 연락했었다"며 "그저 일밖에 모르던 동생이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 인근에서 직원 2명이 숨진 사건에 동료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 인트라넷에 올라온 사고 관련 소식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이 200여개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김모(31)씨는 "어젯밤 뉴스를 확인하고 잠을 설쳤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매일 같이 점심을 사 먹는 회사 앞이라 더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한 시청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황망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마음이 무겁다. 당장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힌다"고 썼다.
시청역 인근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 동료 사이였던 사망자 4명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도 침통함으로 가득했다.
42세 박모씨와 54세 이모씨, 52세 이모씨, 52세 또 다른 이모씨 등 모두 4명으로, 이들 중 1명은 사고 당일 승진했으며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이로 알려졌다.
54세 이씨의 빈소가 마련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이씨의 어머니가 "자식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가느냐. 얼굴이나 다시 봤으면 좋겠다"면서 손자를 끌어안고 오열해 눈물을 자아냈다.
나머지 3명의 시신이 안치된 영등포병원에서 만난 이 은행 직원은 "처참한 기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망자 중 한 명의 외삼촌은 "착하디 착한 조카였다"고 황망해 했다.
사고는 전날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면서 9명이 사망했다. 6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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