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병원비 보태려는 도의적 조치…매매 대가로 보기 어려워"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신생아를 낳자마자 다른 부부에게 넘기고 100만원을 받은 40대 엄마가 뒤늦게 아동매매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대가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A(45·여)씨는 출산을 앞둔 2016년 10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신생아를 다른 곳에 입양 보내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임으로 속앓이를 하던 50대 여성 B씨와 그의 남편이 A씨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았고, 이후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뒤 이들은 커피숍에서 직접 만났다.
A씨는 "다른 자녀 3명이 더 있는데 사정상 신생아가 태어나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B씨 부부도 "까다로운 절차 탓에 입양이 어렵더라"며 "낳아서 보내주면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A씨는 출산을 하루 앞두고 "아이가 곧 나올 것 같다"며 B씨에게 재차 연락했다.
실제로 A씨는 다음 날 점심 무렵 산부인과 병원에서 출산했다. 이틀 뒤 퇴원하면서 신생아 딸을 B씨 부부에게 넘겼고 며칠 뒤 계좌로 현금 100만원을 받았다.
A씨 딸을 집으로 데려온 B씨 부부는 "가짜로 증인(증명인)을 내세우고 '집에서 아기를 낳았다'고 하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지인 말을 들었다.
실제로 A씨 딸은 B씨 부부의 친생자로 출생 신고가 돼 초등학교에도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경찰은 사건 발생 7년 만에 A씨와 B씨 부부를 아동매매 혐의로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의 수사 착수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먼저 달라고 하지 않았다"며 "(출산하고) 며칠 뒤 (B씨 부부가) '몸조리하는 데 쓰라면서 100만원을 계좌로 보내줬다"고 주장했다.
B씨도 "A씨 연락을 받고 출산 전날 오전에 찾아갔더니 그의 친정어머니가 "어디는 500만원도 주고, 1천만원도 준다더라'고 얘기해 포기할까 고민하며 되돌아왔다"며 "나중에 A씨가 '언니 그냥 와줄 수 없겠냐'고 다시 연락해 아이를 데리러 갔다"고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병원비가 모자랄 것 같은데 보태줄 수 있느냐"며 A씨가 B씨 부부에게 아동매매의 대가를 먼저 요구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기소했다.
또 A씨에게 100만원을 주고 신생아를 넘겨받은 B씨 부부를 함께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A씨와 B씨 부부가 주고받은 100만원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들의 아동매매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태업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 매매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A씨 딸의 출생 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신고한 혐의(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등)로도 기소된 B씨 부부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 판사는 "여러 진술 등을 종합하면 A씨가 신생아를 건네는 대가를 먼저 요구한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퇴원 후 며칠이 지나 A씨 측 계좌로 송금된 100만원은 그의 친정어머니가 넌지시 B씨 부부에게 요구한 돈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병원비에 보탤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 부부가 100만원을 건넨 행위는 아이를 키울 기회를 준 A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병원비 등에 보태려는 도의적 조치였다"며 "피고인들이 적법한 입양 절차를 따르진 않았지만, 대가를 받고 아동을 매매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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