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원인규명 속도…전날 동승자 참고인 조사·물증 확보
동승자 "브레이크 안들었다"…블랙박스·CCTV·EDR 국과수 분석 중
"운전자 최대한 신속 조사"…부상자 1명 추가 확인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정윤주 김정진 기자 =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주요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고 물증을 확보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3일 오후 기자단 브리핑에서 "차량의 속도·급발진·제동장치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사고) 차량을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과 피해 차량인 BMW, 소나타의 블랙박스 영상, 호텔 및 사고 현장 주변의 CCTV 영상 등 자료 6점을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G80의 액셀과 브레이크 작동 상황이 저장된 사고기록장치(EDR) 자료도 정밀 분석을 위해 국과수에 보냈다.
국과수 정밀 분석에는 통상 1∼2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분석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경찰은 EDR 기록을 확보해 자체 분석하는 과정에서 운전자 차모(68)씨가 사고 직전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1차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 과장은 "EDR 기록 등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최종적으로 보고 말씀드리는 게 맞는다"며 말을 아꼈다.
정 과장은 또 "사고 차량이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나와 약간의 턱이 있는 출입구 쪽에서부터 과속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고 속도가 어느 정도였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가해 운전자 차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담당 의사로부터 차씨의 건강 상태에 관한 설명을 들었으며 아직 상태가 좋지 않아 정식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차씨는 갈비뼈가 골절됐다.
정 과장은 "피의자의 몸 상태가 호전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60대 아내 A씨는 전날 경찰서로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첫 조사를 진행했다.
정 과장은 "A씨가 '브레이크,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는 취지의 1차 진술을 했다"며 "피해 차량인 BMW와 소나타 차주도 조사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정 과장은 G80 블랙박스 영상에 급발진이나 운전 과실을 뒷받침할만한 정황이 담겼느냐는 질문에 "수사 내용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부부 간 갈등 상황이 있었다는 풍문에는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부상자를 1명 추가로 확인했다.
이 부상자는 사고로 사망한 시청 공무원 2명과 함께 식사한 동료로, 경상을 입었다. 다른 피해자가 병원에 후송될 때 동행해 현장에 없어서 뒤늦게 파악됐다고 한다.
이로써 이번 사고의 사상자는 사망자 9명, 부상자 7명으로 총 16명으로 늘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지막 사고 지점과 정차 지점에서 스키드마크(Skid mark)가 남아있는 것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착오였다고 정정했다. 스키드마크는 운전자의 제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 단서여서 경찰이 확인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경찰 관계자는 "스키드마크가 아니라 유류물 흔적이었다"며 "브리핑 발언을 정정한다"고 했다.
jung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