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명품백 사과 의향 문자 무시' 의혹에 총선책임론 재점화
"韓이 뭉갰다"…元·羅·尹, '윤·한 불화설' 키우며 십자포화
韓, '사적 아닌 공적 소통' 강조…'악재 될라' 확전 자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안채원 조다운 기자 = 5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쟁점으로 돌출했다.

한동훈 후보가 총선 기간 김 여사로부터 '대국민 사과' 의향이 담긴 메시지를 받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나머지 주자들은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 후보의 불화설을 더욱 키우며 협공에 나섰다.

발단은 김 여사가 지난 1월 18∼21일 사이 자신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힌 텔레그램 메시지를 한 후보에게 보냈다는 주장이었다. 이 의혹은 전날 CBS라디오 방송을 통해 제기됐다.

이뿐 아니라 이날 한 매체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김 여사가 1월 15∼25일 한 후보에게 네 통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 측은 당시 김 여사의 메시지를 받은 사실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보도를 통해 공개된 문자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 후보도 기자들에게 "(메시지) 내용이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 후보 측은 대신 이 문제를 두고 비서실장·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 등 '공적 통로'를 통한 소통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실 공방으로 번지며 사안이 커질 경우, '윤한(윤 대통령·한 후보) 갈등' 리스크가 재부각돼 당권 레이스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한 후보의 오후 브리핑 일정을 취소했다.

다만, 한 후보 캠프는 '총선 기간 한 후보가 대통령의 전화도 여러 차례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으로 한 매체가 여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데 대해선 "전혀 사실과 다른 흑색선전"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한 후보 캠프는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 메시지가 갑자기 공개된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상수 인천 서갑 당협위원장은 TV조선 유튜브에서 "(공개된) 내용이 전문(全文)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사과 의향 메시지만 부각하는 방향으로 문자 내용을 취사선택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집중포화에 나섰다.

이들은 특히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후보의 잘못된 대처가 결국 총선 패배로 이어진 것 아니냐며 책임론을 띄우는 데 주력했다.

원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왜 독단적으로 (김 여사 사과 의사를) 뭉갰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불리한 선거 여건을 반전시킬 결정적인 시기를 놓쳤다"며 "선거를 망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도 "이 부분(명품백 문제)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건 국민의힘 모든 구성원의 숙제였다"며 "그런데 어떤 논의도 없이 혼자 판단한 것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소셜미디어(SNS) 글을 통해 "이런 신뢰 관계로 어떻게 여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한 후보와 비공개 조찬에서 현시점에 이런 문자가 공개된 것으로 미뤄보면 윤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어 보인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상수 당협위원장은 "(명품백 문제에서 비롯된) 1차 윤한 갈등이 1월 23일 서천 화재 현장에서 봉합되면서 우리 지지율이 찍고 올라갔다"며 "지금 와서 이것으로 선거에 패배했다고 하는데,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