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합 밀어내고 좌파연합 1위
아버지 때 처럼 막판 허찔린 르펜
과반 정당 안 나와 정국 교착 우려
지난 7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이 1당을 차지하고, 1차 투표 1위였던 극우 국민연합(RN)이 3위로 밀려나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극우의 의회 장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좌·우·중도 정당이 후보를 단일화하고 시민들이 투표소로 달려 나가는 프랑스 특유의 전통이 이번에도 극우 저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차기 총리 임명과 행정부 구성 등을 두고 프랑스 정치가 교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내무부는 8일 이번 총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하원 의석 577석 중 과반(289석)에 못 미치는 182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앙상블은 168석을 얻어 2위였고, RN은 143석을 확보했다.
결선투표율은 여론조사기관 이포프 추정 67.5%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총선 2차 투표율인 46.2%보다 21.3%포인트 높은 것으로, 극우의 의회 장악 가능성에 위기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앞다퉈 투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마크롱 대통령과 극좌의 부자연스러운 동맹이 아니었다면 RN이 절대 과반이었을 것"이라며 "우리의 승리는 늦춰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번 총선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의 도박이 일부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범여권은 지난달 30일 1차 투표 때 RN, 좌파연합에 이어 3위로 밀렸으나 이번 결선투표를 앞두고 극우를 저지하기 위해 200여개 지역구에서 좌파연합과 후보 단일화를 이뤄 2당 지위를 간신히 사수했다.
다만 1당 자리를 좌파연합이 차지함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간 국정운영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올림픽 개막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좌파연합 등과 협상해 차기 총리를 정하고 행정부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한편, 의회 다수당 자리를 노리던 르펜 의원의 꿈이 코앞에서 좌절됐다. 프랑스 극우 세력은 권력의 중심부에 다가설 때마다 '반극우 연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르펜 의원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 전 FN 대표도 2002년 대선에서 결선투표까지 진출했으나 극우 정당의 급성장에 충격을 받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상대 후보였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해 시라크 전 대통령이 82.2%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