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 마약 단속 약속했지만
관세 25% 철회 확답은 얻지 못해
몸 낮추고 덜덜 떠는 세계 정상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찬 테이블에 앉아 미소 짓는 사진을 올렸다.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트럼프 당선인과 만찬 회동을 한 다음 날이다.
기밀 유지를 위해 삼엄한 경호 아래 이뤄지는 국가 정상 만찬과 달리, 이날 만창장엔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취임 첫날 25%의 관세를 부가하겠단 트럼프 당선인의 경고에, "트럼프 승리는 퇴보"라고 했던 트륃 총리도 의전과 격식을 제쳐두고 약 2200km를 날아가 몸을 낮춘 채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서 트뤼도 총리와 "매우 생산적인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특히 "트뤼도 총리는 (마약 유입으로 인한) 미국 가정의 끔찍한 파괴를 종식시키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불법 이민자 및 마약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트뤼도 총리는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된 날 바로 전화를 걸어 캐나다의 불법 이민 차단 노력을 설명했다. 그리고 4일 뒤 직접 찾아갔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뤼도 총리와 공정무역 합의,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에너지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관세 부과가 불법 이민, 마약에 대한 협력은 물론 캐나다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포석이란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 CBC뉴스는 캐나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의 마러라고 방문은 일정에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하지만 트뤼도 총리의 전용기가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포착돼 외부에 달려졌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1기때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과 자주 충돌했던 외국 정상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껄끄러운 관계였단 트뤼도 총리가 직접 트럼프 당선인을 찾은 건 최근 그의 지지율이 20%로 떨어지는 등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관세마저 부과하면 캐나다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단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캐나다 수출의 76%, 수입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와 함께 25% 관세 부과가 예고된 멕시코 역시 트럼프 당선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애쓰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발표 이틀 뒤 전화 통화를 갖고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등을 논의했다.
김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