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 사회경제 활력 저하…연금고갈·노인빈곤 문제 대두
노인이 노인이 아닌 시대 '노인의 정의' 재정립 목소리
젊은·노년층, 혐오아닌 배려로 함께 가는 '공생사회' 주문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김은경 이상서 기자 = 한국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됐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2017년 노인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이어 불과 8년 만인 2025년이면 한국의 초고령사회가 현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으나 유례없는 저출생 속에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줄면서 범국가적 대책과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다.
◇ '초고령사회' 본격화…노동절벽·연금고갈 '국가적 과제' 부상
11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천만62명으로, 전체 19.51%를 차지했다.
초고령사회 기준에 불과 0.49%포인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에는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서고, 2050년에는 40%에 진입하며 인구 고령화가 한층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 비중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사회 고령화는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별로도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서울(18.96%)과 경기(16.09%), 인천(17.12%) 등 수도권 지역은 초고령사회와 비교적 거리를 두고 있지만, 도(道) 단위인 전남(26.67%), 경북(25.35%), 강원(24.72%), 전북(24.68%) 등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살고 있다.
앞으로 노인인구 비중이 계속 증가하면 인구가 몰려있는 수도권이 이미 늙어버린 도 단위 지역보다 고령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 시대 노인이 될 청년, 중장년층이 더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5∼1974년생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지속적인 노인 인구 편입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를 가속하는 주된 배경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약 712만명과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54만명이다. 노인인 된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해 2049년에는 전체 노인인구가 2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이미 다양한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고령화와 저출생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기에 노동 공급 감소에 따른 생산성 약화, 경제성장률 하락 등 미래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아가는 수급자가 많아져 2055년이면 국민연금 재정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령화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며 건강보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크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노인 인구의 증가는 결국 피부양 인구의 증가를 의미한다"며 "동시에 연금을 받아야 할 인구가 늘고, 의료보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인구가 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즉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모두 재정 압박이 커진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인구 증가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이러한 '노동절벽'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인 인구 증가는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민연금이 노년의 일상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인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 "'노인의 정의' 재정립해야"…세대갈등 극복 '공생사회' 주문도
노인이 국민의 20%에 달하고, 기대수명도 2022년 기준 82.7세에 달하면서 65세 이상이라는 '노인의 정의'를 이제는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65세 이상이더라도 건강은 물론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능력을 발휘할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조건 나이를 이유로 무대에서 밀어내는 건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삼석 원장은 "노인의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70∼75세로 늦춰야 한다"면서 "그간 갖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회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이들이 많다. 지금처럼 노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린다면 국가적으로도, 노인 당사자에게도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노인을 노인으로 부르지 않는 것이 초고령사회에 대처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우리 사회가 직면할 부작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같이 의견을 전하며 "먼저 소득을 보장해줘야 하며, 노인 맞춤형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노인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보람과 긍지 등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원봉사가 좋은 예"라면서 "청소년기 자원봉사도 중요하지만, 노인들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사회에 기여하고 이웃을 같이 돌보고, 그런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면 절대로 자살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젊은 층과 노년층의 세대 갈등 해소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이에서 비롯되는 차이와 간극을 상호 배려로 줄이며 공존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청 인근에서 발생한 고령 운전자의 역주행 사고 이후 노년층을 비하하거나 공격하는 댓글이 관련 기사 아래로 이어졌다. 사고 원인을 고령자의 운전에서 찾는 것을 넘어 '노인이 문제'라는 식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사고 이후) 최근 노인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 한다는 의견이 생기면서 세대 갈등으로도 심화하는 양상이 보인다"면서 "이런 세대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젊은 층과 고령층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공생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노인들도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생산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젊은 세대가 안고 있는 고민에 공감하고 조언할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