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득계층에서 가격 민감도 높아져…덜 사거나 싼 브랜드로 갈아타"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코로나19 사태 후 미국 식품 가격이 계속 오르자 소비자들이 더 못 버티고 지갑을 닫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 식품 대기업 펩시코는 2분기 북미 지역 음료와 스낵 사업부에서 판매가 각각 3.5%와 4% 감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2분기 전체 매출 증가율은 1.9%로,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2.9%)에 못 미쳤다.

펩시코는 '레이즈', '도리토스', '펩시' '마운틴듀'와 같은 널리 알려진 과자, 음료 제품 등을 판매한다.

펩시코 라몬 라구아르타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소득계층에서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다"며 "구매를 덜 하거나 더 저렴한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바꾸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즉,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따진다는 것이다.

그는 애널리스트 대상 설명회에서 "고소득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싼 식당 대신 싼 곳으로 가거나, 아예 집에서 식사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펩시코는 작년 말까지 8분기 연속으로 10% 이상 가격을 올렸고 올해 들어서도 5%씩 인상을 단행했다.

연방준비은행(FRB) 자료에 따르면 16온스(454g) 감자칩 한 봉지 평균 가격이 5월에 6.63달러(약 9천100원)로 2년 전보다 18%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라구아르타 CEO는 "올해 하반기에 할인 마케팅과 광고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은 다른 식품 기업들과 식당에서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식품회사와 식당들이 재료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라 가격을 올리다가 최근 판매량과 고객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자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가 한 달간 5달러 세트 메뉴를 내놨고,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타깃은 우유, 빵, 기저귀 등 5천개 일상용품 가격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집에서 먹는 음식 물가는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이 가운데 과일과 채소는 0.5% 내렸고 시리얼과 빵은 0.1% 하락했다.

마케팅 컨설팅 업체인 올리버 와이먼의 바비 깁스 파트너는 워싱턴포스트(WP)에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소매업체들은 할인 행사를 지난 몇년 동안보다 더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아넥스 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제이콥슨은 로이터통신에 "소비자들이 작년에는 가격 인상을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임금이 올랐어도 큰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라서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는 줄이고, 구매할 땐 여러 곳을 비교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걱정할 일은 아니고, 신중한 태도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