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까지 수련환경평가위에 '결원 규모' 제출해야
제출 앞두고 막바지 논의 이어져…"이제 어쩔 수 없다"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전공의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서 수련병원들이 1만여명 전공의의 사직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각 수련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한 결원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서라도 복귀 의사를 표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이제는 수리해야 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이날까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를 마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제출해야 한다.

전공의들의 복귀 규모는 미미하고, 대부분은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있어 더 이상의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공의들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각 병원이 사직 처리를 무기한 연기할 수도 없다.

복수의 의료 관계자에 따르면 각 병원의 전공의 정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사직 처리가 완료돼야만 결원 규모를 확정해 수평위에 제출할 수 있다.

즉,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집 정원 신청이 불가하기 때문에 이날 중에는 관련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의미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각 병원에 배정된 전공의 정원(TO)은 정해져 있으므로 사직 처리가 되지 않으면 더 뽑을 수가 없다"며 "사직 처리와 (결원 규모에 대한) TO 신청은 함께 진행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수련병원이 무응답 전공의들의 사직을 처리하는 건 예정된 수순일 수밖에 없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미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들은 전공의들에게 사직 처리를 단행하겠다는 통보를 보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무응답 전공의들에게 '사직에 관한 합의서'를 보내면서 이번에도 응답하지 않으면 이달 15일 자로 사직 처리될 수 있다고 알렸다.

전날 오후 6시까지 회신을 요구했으나 응답한 전공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 역시 무응답 전공의들에게 전날 자정까지 복귀·사직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이달 15일 자로 사직 처리된다고 공지했다.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의대 교수들은 "각 병원이 사직서 처리와 수리 시점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소속 전공의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면서, 수련병원장들을 향해 전공의들을 보호하는 책임을 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 병원 내부에서는 사직 처리 등 관련 절차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공의들과 연락조차 닿지 않는 데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했고, 장기간 이어진 전공의들의 업무공백으로 각 병원도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막판까지 내부 논의와 조율을 거쳐야겠지만 정부가 제시한 시한에 맞추려면 결국 사직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