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9월 동결 확률 0%"…금리 방향 전환 너무 늦다 경고음 커져
연준, 인하 시기 힌트는 안 줘…물가 다시 튈까 봐 신중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미국 금융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개시가 거의 기정사실로 여겨지며, 당장 7월 단행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 금리인하에 반대한 것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 금리인하 기대에 주식·채권·금·비트코인 가격 상승

16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 가까이 오르며 사상 최고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2.76포인트(1.85%) 오른 40,954.4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 폭은 1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5.98포인트(0.64%) 오른 5,667.2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6.77포인트(0.20%) 오른 18,509.34에 각각 마감했다.

S&P 500지수도 4거래일 만에 최고가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저금리 혜택을 더 많이 보는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도 3.5% 뛰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국채 금리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채권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뜻한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증시 마감 무렵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4.16%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7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국제 금값도 사상 최고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 종가는 온스당 2천467.80달러로 전장보다 1.6% 상승, 지난 5월 20일 이후 2개월 만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6만5천달러선을 넘었다. 코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6만5천달러선을 넘은 것은 지난달 18일 이후 27일 만이다.

◇ 금융시장 "9월 동결 확률 0%…7월에 내릴 이유 있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확률을 0%로 반영했다. 1주일 전만 해도 9월 금리 동결 확률이 27%에 달했다.

또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2회 인하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3회 인하 확률도 50%로 올렸다.

내년 6월까지는 총 5∼6회 내려서 연방기금 금리 목표가 연 3.75∼4.0%까지 낮아질 것으로 본다.

금융시장에선 지난 11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후 금리인하 기대가 부쩍 높아졌다.

미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하면서 코로나19 피해가 본격화되던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는 약 5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으나 연초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그러다가 다시 슬슬 9월 인하에 힘이 실리더니 이제는 금리인하를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금리 방향 전환에 시간을 너무 오래 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조정이 경제에 영향을 주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선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보고서에서 9월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탄탄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인하 이유가 분명하다면 왜 7주를 더 기다려야 하냐"고 지적했다.

월가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총장,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두타 전략가 등도 금리인하 지연에 따른 위험을 언급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멧라이프 투자 운용의 수석 시장 전략가 드류 마투스는 "너무 오래 기다리면 실업률이 더 올라갈 위험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측면에선 보상이 거의 없다"고 짚었다.

◇ 연준, 인하 시기 힌트는 안 줘…트럼프 "대선 전엔 안 돼"

연준 관계자들이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은 시기에 관한 지침은 주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파월 의장은 15일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지난 2분기 우호적인 경제지표로 물가 상승률이 2% 목표 수준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데 더 큰 확신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화정책) 회의에 관해서라면 어떤 식으로든 신호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금리 인하 전에 물가 상승률이 2% 목표를 향해 계속 둔화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이 대부분 금리인하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FOMC 위원들의 전망은 연말까지 동결이 4명, 1회 인하 7명, 2회 인하 8명이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이날 연말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쿠글러 이사는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완화가 완만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시장이 냉각되면서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전제해서 이처럼 말했다.

다만 통화정책은 경제지표를 토대로 결정돼야 하며, 이는 물가와 고용 관련 위험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매크로 폴리시 퍼스펙티브스 LLC의 설립자 줄리아 코로나도는 7월에 인하한다면 통상적인 연준의 행보에 비해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7월 FOMC 성명에서 물가 지표 변화를 강조하거나 파월 의장이 8월 말 잭슨홀 연설에서 9월 인하를 시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물가 하락 추세가 고르지 않다는 점에서 기다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FOMC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조금이라도 반등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높일 것으로 우려한다.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푸글리스는 "이 전투에서 성급하게 승리를 선언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9월 회의를 기다려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 한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선 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어쩌면 그들이 선거 전에, 11월 5일 전에 할 수 있겠다. 그것은 그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에너지 비용을 낮춰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파월 의장이 2028년까지인 임기를 마치도록 두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리 관련 발언을 두고 시장은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 단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막판 변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