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거친 장현성·박학기·이은미·장기하 등 조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조금 더 오래 저희 곁에 계셔주셨으면 감사했을 텐데 마음이 아주 황망합니다. 요 며칠 컨디션이 좋아지셨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암 투병 끝에 별세한 가수 김민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22일 찾은 배우 장현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장현성은 고인이 33년간 운영한 대학로 소극장 학전 무대에 오르며 배우의 꿈을 이뤘다. 고인의 대표 연출작인 '지하철 1호선'에도 출연한 그는 관객들 사이에서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조승우와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장현성은 "(김민기) 선생님 덕분에 저희가 건강히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며 "부디 편안하게 좋은 곳으로 가시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이날 빈소에는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낮 12시 30분께부터 고인을 애도하려는 배우와 동료,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배우 박원상은 "선생님과 또래인 분들은 강단으로 가셨지만, 김민기 선생님은 끝까지 학전을, 대학로를 지켜주셨다"며 "옛날에 (단골 카페인) 학림에 가면 늘 맥주를 마시고 계셨는데, (하늘에) 가셔서 좋아하시는 맥주 많이 드시고 쉬시면 좋겠다"고 추모했다.
고인과 대학 시절부터 친분을 나눈 오십년지기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도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었다.
유 교수는 고인에 대해 "겸손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밖으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았다"며 "하지만 그가 문화예술을 고집하며 이룩한 것들은 우리의 어마어마한 문화유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학전 무대를 거쳐간 가수 이은미, 장기하, 박학기, 알리 등이 조문했다. 이들은 지난 3월 학전 폐관을 앞두고 '학전 어게인 콘서트' 무대에도 오른 바 있다. 배우 문성근, 강신일, 이병준 등도 빈소를 찾았다.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고인은 최근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해 전날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1971년 가수로 데뷔한 고인은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대표곡으로 남겼으며 1991년 학전을 개관하고 다양한 공연예술 작품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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