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은 교수팀, 한국 교민·탈북민 모여사는 뉴몰든 언어 연구
대화형 앱 개발…"K드라마 팬부터 국제기구까지 남북 언어이해 도울 것"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런던 뉴몰든에서 남북한 출신 MZ세대가 쓰는 한국어를 연구해 '남북한 언어 지도'를 만든다.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는 뉴몰든에서 쓰이는 남북한 언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 데이터화하는 'AI를 활용한 남북한 언어 지도 제작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팀은 지역별 언어 차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하고, 정보 검색 기능을 갖춘 인터랙티브(대화형) 플랫폼(앱)으로 만들어 민간과 정부, 비정부기구(NGO) 등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가 영국에서 진행되고 결과물이 영어로 나오는 만큼, 해외 한류팬부터 국제기구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으로 남북한 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조 교수는 "'사랑의 불시착'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북한에서는 어떤 언어를 쓰는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국내외 학자, NGO부터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까지 북한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는 'K-컬처' 붐을 타고 세계적으로 한국어 학습자가 늘어나는 등 한국어 저변이 확대되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다.
옥스퍼드대는 올해 초 '한류 아카데미'를 개설했고 외국어 교육 기관인 옥스퍼드대 랭귀지센터도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 교육 과정을 신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조 교수는 "많은 사람이 쓰는 영어는 지역별로 쓰이는 영어라는 뜻으로 '월드 잉글리시'라고 하는데, 요즘 한국어도 한류 팬들로 인해 '월드 코리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남과 북을 넘어 옌볜인, 고려인 등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어떻게 쓰는지 넓혀가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내년 5월까지인 1차 연구 기간에 남북한 출신으로 뉴몰든에 사는 MZ 세대의 언어를 어휘, 통사, 음성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런던 킹스턴구 뉴몰든은 한인 1만명이 거주해 유럽 최대 한인타운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온 교민 및 주재원뿐 아니라 탈북민 수백 명도 정착해 살고 있어 '미리 온 통일 지역'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의 남북한 한인 청소년부터 그 부모 세대까지가 연구 대상으로, 분단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언어를 제외하면 문화를 거의 공유하지 못하는 남북한 MZ 세대의 언어 격차를 확인하고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언어는 항상 변하는 것이기에 이들의 생활 속 표현부터 언어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언어를 대하는 태도는 어떤지 상세하게 분석하고 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조 교수는 언어 연구 및 AI 전문가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어 단어를 선별해 등록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최근 제주의 언어를 연구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했다.
또 신문기자 출신으로 탈북자 인권 탐사보도로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이학준 연구원이 선임 연구원(senior researcher)으로 참여한다.
연구비는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서 전액 지원받는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