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특감관 추천 별도 추진" 발표에 추경호 "원내 사안" 사실상 제동
면담 당일 秋 용산만찬 참석, 이튿날 친한계 회동 놓고도 친한·친윤 서로 비판
(서울=연합뉴스) 안채원 김철선 조다운 기자 = 김건희 여사 이슈의 해법을 놓고 국민의힘 '투톱'인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의 신경전이 표면화하고 있다.
한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전제로 하지 않고 특별감찰관(특감관) 후보 추천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후보 3명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10명을 여야가 동시에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한 대표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무관하게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을 감시할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김 여사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부분은 국회 의사 결정 과정이고 원내 사안"이라며 "원내 최고 의사 결정은 의원총회고, 거기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강조했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추 원내대표의 발언에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입장을 대변해 한 대표에게 제동을 걸었다"는 반발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연계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해석됐는데, 추 원내대표가 이같은 윤 대통령 의중을 읽고 한 대표의 발표에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는 게 친한계의 시각이다.
추 원내대표는 '윤-한 면담' 당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촉구한 바 있다. 이를 두고도 친한계에선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별도 추진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감을 추 원내대표가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의 특별감찰관 추진에 대한 온도 차는 다음 달 예정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등 관련 1심 선고를 앞두고 김 여사 이슈를 대하는 친한계와 친윤계의 인식차와 궤를 같이한다.
친한계는 선고 전 김 여사 문제가 모두 해결돼 있어야 이 대표와 민주당을 공격할 명분이 생긴다며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압박했다.
한 대표는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이 대표 1심이 선고되는)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겠나. 김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윤계는 민주당이 1심 선고를 앞두고 김 여사 관련 의혹 등을 고리로 윤 대통령 탄핵을 노골화하는 것에 맞서려면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을 계기로 당 '투톱'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친한계와 친윤계의 계파 갈등 구도도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추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이 함께한 만찬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친한계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배제하고 추 원내대표와 소통하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이튿날 친한계 인사 22명과 즉석 만찬 회동을 가졌다.
전날 친한계 회동에서는 추 원내대표의 대통령실 만찬 참석이 부적절했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한계 만찬 회동을 두고 한 대표를 향해 "무슨 계파 보스인가"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대응을 놓고도 친한계와 친윤계 사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친한계는 특검법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후 재표결로 이어졌을 때 '여당 이탈표'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추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지도부와 친윤계에선 특검법 대응에서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면 공멸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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