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총리지명선거 예정…자민·입헌민주, 물밑서 각각 합종연횡 움직임

유신·국민민주 '킹메이커' 부상…"입헌민주 중심 野 협력 어려워" 관측도

일본 총선인 중의원(하원) 선거가 여당의 과반 의석 수성 실패와 야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여야당 대표인 전현직 총리가 내달 총리 선거에서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됐다.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주요 야당 세력인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이 차기 총리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 '선거 참패' 이시바 총리 연임 의욕…제1야당 노다 대표도 "총리 노리는 것 당연"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와 여당이 다음 달 11일 차기 총리를 지명할 특별국회를 소집할 방침을 정했다고 29일 보도했다.

특별국회는 중의원 해산에 의한 총선 후 1개월 이내에 소집되는 국회로, 총리 지명과 상임위원회 구성 등을 새로 하게 된다.

이 특별국회에서 총리를 노리는 주요 후보는 이달 1일 총리 자리에 오른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다.

노다 대표는 2011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1년여간 민주당(입헌민주당 전신)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경험이 있어 전현직 총리가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내각 교체 시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이른바 '허니문 효과'를 노리고 취임 한 달 만에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다가 참패했다.

당내에서 벌써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시바 총리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전날 자민당 패배가 확정된 뒤 연 기자회견에서 "국정은 한시라도 멈출 수 없다. 국정을 확실하게 추진해갈 것"이라며 총리로서 연립정권을 유지해 나갈 뜻을 밝혔다.

노다 대표도 정권 교체와 총리 도전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중의원 선거 직후 "총리 지명을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자민·공명 정권의 존속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지난 임시국회에서 함께 내각불신임 결의안을 낸 정당과 성의 있는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임시국회에서 입헌민주당과 내각불신임 결의안을 낸 정당은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일본공산당으로 이들 정당의 협력을 얻어 정권 교체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

내달 11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총리 지명선거에서는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총투표수의 과반을 얻은 의원이 총리로 선출된다.

과반 득표 의원이 없으면 상위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치른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에서 총리 지명 결선 투표가 이뤄진 것은 1948년, 1953년, 1979년, 1994년 등 4회 있었다.

1979년에는 자민당에서 '40일 항쟁'으로 불리는 권력 투쟁이 벌어져 당내 인사 2명이 결선을 치렀고, 1994년에는 당시 야당이었던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기 위해 사회당과 손잡고 결선 투표를 통해 무라야마 도미이치 내각을 출범시켰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이번에 결선 투표가 실시되면 30년 만이 된다.

산케이신문은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수 과반 붕괴로 이번 총리 지명 선거도 파란이 이는 전개가 될 듯하다"고 전망했다.

◇ 이시바, 총리 선거 앞두고 야당에 구애…"자민당, 국민민주당 물밑 접촉"

총리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이 '협력 추파'를 던지면서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은 총리 선거 및 정권 유지·탈환을 위해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 협력이 꼭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191석)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24석)은 합쳐서 215석을 얻어 중의원 465석의 과반인 233석 달성에 실패했다. 입헌민주당 의석수도 148석으로 과반에 크게 못 미친다.

일본유신회는 이번 선거에서 38석, 국민민주당은 28석을 각각 얻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 어느 한 정당의 지지만 얻어도 과반을 확보하게 돼 이시바 총리가 새 총리로 재지명될 수 있다.

입헌민주당은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의 지지를 모두 얻으면 214표가 된다. 여기에 공산당 등 다른 야당 지지까지 추가하면 정권 교체를 노려볼 수 있다.

당선자 8명을 낸 일본공산당의 다무라 도모코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에 '노'(No)라고 한 국민의 심판에 응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해 노다 대표에게 투표할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는 개헌과 안보, 에너지 정책 등 주요 정책에서 입헌민주당과 입장차가 뚜렷해 입헌민주당 중심 협력이 어려운 상황으로 현지 언론은 봤다.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립정권 유지를 목표로 총리 지명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가 당선되도록 이미 물밑에서 일부 야당과 접촉에 나섰다.

다만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일부에서 제기된 연립정권 참가에 대해 거듭 부정했다.

그는 그러나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내건 실수령액을 늘리는 정책 실현을 정부와 여당에 요구할 것"이라면서 정책별로 여당과 협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요미우리는 "국민민주당이나 일본유신회가 최종적으로 노다 대표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이시바 총리가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박상현 특파원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