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찰' 그만하고 "경제 살려라"
"소득세 없애고 관세로 충당" 표심 흔들
라틴계 남성·흑인·젋은층도 지지율 견인
미국 유권자들은 '강한 미국'을 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소득세를 없애고 부족한 재원은 관세로 메우겠다고 한 공약은 '강한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약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막바지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우리는 적들이 들어와 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우리 일자리와 공장을 빼앗고 우리 노동자들과 우리 가족들을 (어렵게 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큰 대가는 바로 관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팁, 초과 근무수당, 사회보장 혜택에 붙는 소득세를 없애고 소방관, 경찰관, 군인, 그리고 예비군은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공산품과 원자재에 고율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세계 최강' 미국이 아니면 다른 어느 나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주요 출구 조사에서 나타난 민심도 경제였다. 유권자 3명 중 2명 이상은 국가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 주요 경제 지표가 개선되며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유권자 개인이 체감하는 경제와 경기는 달랐던 것이다.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왜 남의 나라 전쟁에 미국이 계속해서 재원을 지원해야 하는지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라틴계 남성 유권자 그룹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CNN이 진행한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54%)은 라틴계 남성 유권자 그룹에서 해리스 부통령(44%)보다 10% 포인트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라틴계 남성 유권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2016년과 2020년 모두 민주당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세대별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44세 젊은 층에서 지지세가 늘어났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았던 것은 바로 경제였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핵심이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미국'을 내세우며 다른 나라에 비용을 전가해서라도 미국인의 세금과 식비, 개스값을낮추고 더 나은 일자리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하니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들도 결국 돌아서게 된 것이다.
김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