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국 대사관 힘겨루기
중국과 영국이 베이징과 런던에 각각 위치한 자국 대사관 이전·재건축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5일 보도했다. 영국이 주영국 중국대사관을 이전하겠다는 중국 요청을 거부하자 중국도 영국의 주중국 영국대사관 재건축 요구를 뭉개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8년 5월 2만 ㎡(약 6,000평) 규모의 런던탑 인근 옛 조폐국 부지를 2억500만 파운드(약 3,600억 원)에 매입했다. 현재 런던 메릴본에 있는 자국 대사관을 이전, 주미국 중국대사관 규모의 약 2배이자 유럽 지역 최대 규모 중국대사관을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옛 조폐국 부지 관할 당국인 타워햄리츠구 의회는 2022년 12월 중국대사관 이전 계획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올해 7월 영국에 재차 대사관 이전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영국은 여전히 중국의 계획에 회의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정부도 베이징의 영국대사관을 재건축하겠다는 영국 정부 요청을 차단 중"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은 약 1년 전 노후화가 심한 현 대사관을 재건축하게 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의 거부 근거는 그저 런던의 중국대사관 이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대사관을 옮기지 못하면 우리 대사관도 영영 다시 짓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실상 '중국대사관 이전'과 '영국대사관 재건축'을 맞바꾸자는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영국이 자국 대사관 재건축을 위해 '유럽 내 최대 규모의 중국 대사관'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대사관 규모 확장이 중국 스파이들의 첩보 활동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반중 시위대가 이전된 대사관 인근에서 폭력 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타워햄리츠구 주민들의 반대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