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장관 후보들도 '분담금' 압박 경쟁
"이젠 한국도 선진국 … 방위비 늘려야"
최근 합의금의 9배, 재협상 우려 현실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줄기차게 공언한 것 중 하나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15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주최 대담에서는 한국이 '머니 머신(현금 자동 지급기)'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며 자신이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최근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 5192억원에 합의했는데, 9배 가까운 액수를 부른 것이다. 이제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이 되면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기존 협상을 백지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에선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국회 비준 사안이지만, 미국에선 행정 협정으로 간주해 대통령의 일방 파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내각의 국무장관직을 노리는 주요 인사들 간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놓고 충성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충성심'을 2기 내각의 핵심 인선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직 하마평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테네시)은 10일 CBS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이래 그 지역(한국)을 도우려고 병력 주둔을 지원했다. 미국을 대표해 상당한 투자를 한 것"이라며 "이 투자는 (한국) 경제가 붕괴됐을 때 이뤄졌다. 이제 그들은 완전한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지원 수준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 있고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한 만큼 방위비 분담금 수준을 높이는 건 물론이고 주한미군 규모 등 다른 옵션도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역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 등도 모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물론이고 주한미군 규모나 구성 변화에 찬성하고 있다.
오브라이언 전 안보보좌관은 지난 9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5%만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미국처럼 3.0∼3.5%까지 올려야 동맹국과 부담을 공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장관 후보군 중 가장 강경파로 꼽히는 그리넬 전 대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5배로 증액할 것을 압박하던 2020년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