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자들 美포린어페어스에 기고…"北中 사이 분열 시도, 北가치 높일 것"
미국이 북한과 중국 사이의 '이상기류'를 이용해 양국 사이를 갈라놓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한반도 평화'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미국과 중국이 협력을 통해 북한의 위기 조성을 억제해야 한다고 국내 전문가들이 제언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과 조성민 부소장(이상 성균관대 교수)은 12일(현지시간) 미국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북중이 (수교 후) 지난 75년 동안 항상 의견을 같이한 것은 아니지만, 양국 관계가 갈라질 뻔한 적은 없었다"며 "미국은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중국 정부와 협력해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중 양국은 '혈맹'이지만 마찰도 많이 겪었다. 김일성이 북한 내 쿠데타 시도에 중국과 구소련이 개입한 것에 반발한 1956년이나 중국에서 김일성 비판이 제기된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 북한이 미중 화해 분위기에 맞서 소련과 군사적 교류를 늘린 1970년대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1980년대 북한과 소련의 밀착에 대응해 남한과 외교적인 접촉을 확대했으며 1992년 한중 수교로 북중 관계는 또 다른 '바닥'을 찍었다. 중국은 2006년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자 '제멋대로'(悍然)라는 강경한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고 2017년 '트럼프 1기' 미국 정부와 북한 사이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북한 편에 서지 않았다.
최근에는 북러 밀착 국면과 맞물려 북중이 서로 소원해졌을 수 있다는 이상기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소장 등은 "중국과 북한 사이의 이런 외견상의 마찰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양국 관계 균열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여러 서구 안보 분석가를 감질나게 했지만, 이런 노력은 소용 없을 것"이라며 "불화의 순간들이 있었으나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회복력이 있고 긴장이 고조되면 양국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북중 정상은 2012∼2017년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동의 없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로 하자 2018∼2019년 다섯 차례 만났다.
두 교수는 2006년 북핵 위기 당시 북한이 독자적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선 뒤 중국이 '패싱'을 피하기 위해 북한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려 노력한 점도 사례로 들었다.
이들은 "중국은 이미 경제 위기로 압박받고 있는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북한을 체제 붕괴 목전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북한이 코너에 몰리면 어떻게 반응할지는 무척 불확실하고, 중국은 북한을 얼마만큼 압박할지 고려할 때 리스크를 세심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이어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에 대응해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데, 이 시나리오에서 중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을 이용하려는 미국의 모든 노력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중 관계 균열에 쐐기를 박아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려 한다고 중국이 생각할수록 북한은 중국에 더 큰 가치가 생기게 되고 이는 정확히 북한의 계산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런 결과를 피하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과 공유하는 이익(한반도의 전쟁 방지)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미국은 중국과 북한을 갈라놓는 대신 중국이 북한에 '남한 사람의 생명·재산 직접 공격 방지'와 '7차 핵실험 방지'라는 두 가지 '레드라인'을 분명히 인식시키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