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칼이 제 거라고 해서 제가 찌른 게 되냐"며 혐의 부인
2022년 6·1지방선거 경북지역 예비후보 2명도 말없이 출석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등 4명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씨는 당초 출석 예정 시간보다 이른 이날 오후 1시 35분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나타났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 따른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민망한데 무슨"이라는 말만 남긴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명씨 측은 이후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명씨 변호인은 이 의견서에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창원의창) 당시 김 전 의원이 사후 정산 목적으로 선거 비용을 차입하려 했고 회계책임자만이 수입과 지출을 할 수 있어 담당자인 강혜경 씨가 명씨로부터 6천만원을 빌렸다"며 "명씨는 이 돈을 지난 1월 강씨로부터 변제받았을 뿐 검찰의 범죄사실과 같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 세비 절반이 명씨에게 전달된 경위에 대해서는 "김 전 의원은 선거보전비용이 입금되면 빌린 돈을 정산하려 했고, 세비 반이라도 떼어서 우선 급한 대로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명씨에게는 피 같은 돈이었기에 자신부터 우선 달라는 취지로 강씨에게 말을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씨에 10분 앞서 나타난 김 전 의원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칼이 제 칼이라고 해서 그게 제가 찌른 것이 되느냐"고 답했다.
자신의 세비가 명씨에게 들어갔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이 준 돈이 되느냐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범죄 행위가 규명이 안 된 상황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범죄 구성요건을 확정하거나 소명하기 어렵다"며 "성실하게 소명하고 나오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창원지검에 잠시 대기했다가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창원지법으로 이동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강씨를 통해 7천600여만원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명씨를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에서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활동까지 해 민의를 왜곡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까지 취해 헌법이 규정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의원에 대해서는 "오직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일반인인 명태균을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 활동할 수 있게 묵인하고 이른바 '공천 장사'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유권자 민의를 왜곡하고 정치권력과 금권을 결합해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이날 오후 1시 50분께에는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 수차례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2022년 6·1지방선거 당시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 A씨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B씨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모두 법원에 나타났다.
이들은 아무 말 없이 급히 법원으로 들어갔다.
A, B씨는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래한국연구소에 수차례에 걸쳐 2억4천여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김 전 의원 등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내세운 명씨의 영향력을 믿고 명씨가 공천에 힘써줄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돈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B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공천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 4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2시부터 창원지법 영장 전담 정지은 부장판사 심리로 차례로 진행되며, 구속 여부는 이날 밤이나 다음 날 새벽께 나올 전망이다.
(창원=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l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