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초록은 동색' 행보…"공동 선언문 일부 거부" 어깃장
시진핑, '보호무역' 트럼프 의식하며 "중국 개방" 정책 세일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참석하지도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막후 영향력을 과시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G20 의장국인 브라질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제안에 따라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부유세 과세를 이번 회의 주요 의제로 삼고 가시적 합의안 도출을 위해 노력한 끝에 일부 국가의 반대에도 최종 공동 선언문 합의를 끌어냈다.
G20 이사국이 공개한 합의문에는 다자무역 정신을 강조하는 한편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를 위한 협의체 구성, 유엔을 비롯한 글로벌 거버넌스 기관 개혁 노력,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갈등 해결 촉구 등이 담겼다.
그러나 강경우파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 이웃' 아르헨티나는 "합의에는 함께 하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거부한다는 뜻을 밝힌다"고 어깃장을 놨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별도 성명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 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거나 굶주림 해결을 위해 정부 당국에서 개입하는 등의 노력에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매체 G1은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이 기후 위기론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상 공동 선언문에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G1은 전했다.
선언문 초안을 다듬는 정상회의 준비 회의(셰르파 회의) 과정에선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기류를 바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 역시 "(아르헨티나는) 논의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소식통의 전언이 있다고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이는 밀레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기후 위기론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해 왔는데, 이는 기후 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밀레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 전에는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향후 아르헨티나 외교 정책 주파수를 미국과 맞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가 부유세 과세에 관해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협의 촉진 노력'에 대해서도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파이스와 G1은 "브라질 외교가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이 마치 트럼프 특사처럼 행동한다는 우려를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트럼프 재집권'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주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부각한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빈국들에 대한 '일방적 개방'(unilateral opening) 정책 확대를 천명하는 등 '환심 사기'에 나서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시 예상되는 어려움을 반영해 전략적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관세 장벽에 '새로운 투자처'를 자처하며 차별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 주석은 페루 APEC 정상회의에서 "모든 당사국이 발전하는 중국의 급행열차에 계속 탑승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