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독감으로 공급 감소
한 판 도매가 150% 급등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어? 이거 계란값이 맞아?" 한인 주부 권모씨는 지난 주말 한인타운 내 한 한인 마켓의 계란 판매대에 붙어 있는 계란 가격표를 보고 감짝 놀랐다. 평소 즐겨 먹던 유기농 계란 12개 가격이 11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권씨는 "12개짜리 계란 한 판 가격은 7~8달러가 기본"이라며 "연말 가족 모임도 있는데 기본적인 식품인 계란 가격이 크게 올라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늘었다"고 했다.
주말장을 보고 있던 한인 직장인 김모씨도 급등한 계란 가격을 보고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김씨는 "평소 아침엔 계란 후라이에 식빵 한 조각, 커피 한 잔을 먹고 출근했다"며 "계란값이 금값이 됐으니 이젠 계란 후라이 해먹기도 진짜 부담"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계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주요 계란 산지에서 조류 독감이 닭 농장에 번지면서 살처분된 산란용 닭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특히 올해 들어 급등한 계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대형A등급 계란 12개들이 한 판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2.14달러에서 지난달 3.65달러로 치솟았다. 올해 초 2.52달러에 비해서도 1달러 넘게 올랐다.
이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IP)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달 계란 평균 소매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38%나 상승했고 지난달에만 8%나 인상됐다.
도매 가격도 급등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12개 들이 계란 한 판의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150% 올랐고, 전주에 비해 18%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란값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꼽힌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 유입된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올해 들어 상업용 산란계 약 33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500만 마리가 지난 10월 15일 이후 살처분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인해 계란 공급이 감소한 데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등 연말 시즌을 맞아 베이킹 등 계란 수요가 많아 계란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텍사스A&M대학의 데이비드 앤더슨 농경제학과 교수는 "계란 수요와 공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그로서리 마켓의 계란 가격이 최고치를 찍고 있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계란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는 압박 요인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