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가격 2020년 이후 30%↑
주택 중간가격 80만달러 육박
"부모로부터 독립, 꿈도 못꿔"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강모씨는 3년차 직장인이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자신을 '캥거루족'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강씨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갖게 되면 자동차와 집을 사서 독립하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문제는 그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이 따라 주지 않는다 데 있다. 미래 꿈을 위해 저축을 하고 있지만 해마다 오르는 차값과 집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축금이 쌓이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강씨는 "저축을 더 하려면 부모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부모님에게 얹혀 사는 게 유리하다"며 "자동차와 집 사는 일은 잠시 잊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삶에서 자동차와 집은 기본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듯하다. 비싼 가격 때문에 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하기가 과거에 비해 어려워지면서다. 직장을 갖고 있더라도 자동차와 주택 구입을 미루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 직장인들까지 등장할 정도다. '자동차와 집은 필수'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인 강씨의 희망사항의 한 축인 자동차 구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상품 검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코파일럿이 2020년 이후 미국 내 자동차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신차 가격은 2020년 이후 30%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가격은 이보다 더 심각해 38%나 올랐다.
자동차 전문 매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신차 판매 가격은 평균 4만8724달러로 전년에 비해 1.5%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 역시 평균 2만5565달러로 올랐다. 켈리블루북은 "미국 자동차 가격이 한풀 꺾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여유가 있다면 자동차 구입을 미루고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인 강씨의 또 다른 희망사항인 주택 구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단독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은 78만2480달러로 전년의 69만8980달러 보다 11.9%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도 판매 중간 가격은 62만달러로 1년 사이에 19.2%나 크게 올랐다. LA카운티의 경우 판매 중간 가격은 76만9000달러로 집계돼 전년에 비해 14% 올랐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