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밤 워싱턴DC 인근 공항 주변 상공에서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 항공의 여객기가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상공에서 비행훈련 중이던 미국 육군의 블랙호크(시코르스키 H-60) 헬기와 충돌했다. 두 항공기는 근처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이로인해 여객기 탑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등 67명이 전원 사망했고 헬기에 타고 있던 군인 3명 역시 모두 목술을 잃었다. 특히 여객기 사망자 중엔 이제 겨우 13세인 피겨 스케이터 지나 한 양과 어머니 진 한씨, 16세의 입양아 출신 피겨 스케이터 스펜서 레인, 그리고 워싱턴DC의 유력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세라 변호사 등 한인 4명이 사망자 명단에 올라 한인 사회도 망연자실하고 있다.
"미국 피겨 스케이팅의 미래를 잃었다"
한순간 사라진 '올림픽의 꿈'
별처럼 빛난다는 '지나 스타리나' 가 별명
동승 참사 모친도 존경받는 스케이터 부모
지나 한(13)은 8살 때인 2020년부터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에서 활동했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CEO는 그녀를 "재능 있는 선수이자 동료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친절하고 응원받는 선수"라고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매사추세츠주 맨스필드에 살던 지나는 최근 열린 미국 동부 섹션별 피겨 스케이팅에서 4위를 차지, 스펜서 레인 등 다른 선수들과 함께 미국 피겨 선수권 대회와 연계해 진행된 전국 유망주 대상 훈련 캠프 참가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에 변을 당했다. 그녀의 엄마 진 한씨와 함께 모녀가 비극적 사고의 희생양이 됐다.
지나의 코치였던 올가 가니체바는 "지나는 우리의 스타 스케이터였다"며 "그녀의 별명은 별처럼 '진나 스타리나'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녀를 '진나 스타리나'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가니체바는 지난 4년간 지나와 함께 일하면서 일주일에 6~7일, 하루에 최대 10시간씩 연습하기도 했다고 말하고 "올림픽 출전이 기대되던 미국 피겨 스케이팅의 미래를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지나는 10세때인 2022년 한 TV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가니체바는 또 지나 한과 함께 목숨을 잃은 어머니 진 한씨에 대해선 "세상에서 지나를 가장 지지하는 부모였다"며 "끝까지 딸을 믿고, 신뢰하고, 존경하는 엄마의 모습에 다른 선수와 부모들의 칭송을 받았다"고 전했다.
생후 9개월 때 동생과 함께 한국서 입양
태극기 잊지않던 피겨 유망주
각종 대회서 두각…양어머니와 동승 참사
자신의 소개란에 태극기와 성조기 나란히
스펜서 레인(16)은 생후 9개월 때 동생 마일로와 함께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1학년까지 배링턴 고등학교에 재학하다 중퇴한 뒤 본격적으로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길을 걸었다.
레인은 코치는 "레인이 스케이트를 탄 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빠른 시간 정상에 오른 선수"라며 "좋은 의미로 '미친 꼬마'"라고 소개했다.
레인은 작년 11월 미국 동부 지역의 전국 선수권 예선 대회 '인터미디엇'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레인은 사고 당일에도 인스타그램에 피겨 관련 게시물을 올렸을 정도로 피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레인의 인스타그램에서 더욱 눈길을 끈 건 자신의 소개란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모습이었다.
이번 사고로 아내와 함께 입양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스펜서의 아버지는 "스펜서는 올림픽 출전을 놓고 경쟁하는 선수조차 좋아했었다"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다"다. 그만큼 미국에서 촉망받는 피겨계 유망주였으나 안타깝게도 이번 사고로 꿈을 펼치지 못하게 됐다.
명문 로스쿨 최우등 졸업 판사 출신 인재
결혼 10주년 여행 앞두고 참변
강세라 변호사
워싱턴DC 로펌 소속, 출장 귀환 중에 사고
조부 장례식 LA 방문 중 비보 유가족 충격
이번 사고로 사망한 사망자 중엔 30대의 한인 여변호사도 포함됐다.
워싱턴DC 윌킨슨 스테클로프 법무법인 소속 강세라(미국명 사라리 베스트·33)는 캔자스주로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밴더빌트대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로스쿨을 최우등(숨마쿰라우데)으로 마친 강 변호사는 지방법원 판사를 거쳐 워싱턴DC의 유력 로펌에서 활동하며 승승장구하던 중이었다.
특히 그는 대학 시절 인연을 맺은 미국인 남편과 다음 달 21일 결혼 10주년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부부는 5월 하와이 신혼여행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강 변호사의 유족들은 최근 별세한 강 변호사의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에 LA에 머물고 있다가 청천벽력 같은 비보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 다니엘 솔로몬은 "우리는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였다"며 "그녀 없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