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형 항공 사고에 한인들 '불안불안'
한국과 미국서 항공 사고 줄이어
한인들 "비행기 사고 보니 두려워"
출장 및 여행 변경 취소 움직임
한국여행 앞둔 한인도 고민 깊어
국내외 항공 여행을 앞둔 한인들 사이에 하늘길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대형 항공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연말연시에 한국발 대형 여객기 관련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워싱턴DC에서도 항공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하는 사고까지 겹치자 연이은 항공 사고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계획했던 여행이나 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워싱턴DC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는 한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의 소형 여객기가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접근하던 중 블랙호크 육군 헬리콥터와 공중에서 충돌한 뒤 인근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 탑승객 64명과 블랙호크의 군인 3명 등 67명이 전원 사망했다. 특히 이 사고로 10대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스펜서 레인과 지나 한 등 한인들이 희생되면서 안타까움과 충격의 강도가 컸다.
이어 31일에는 필라델피아의 번화가에 소형 항공기가 추락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재연되면서 항공 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됐다.
이에 앞서 한국에서도 대형 항공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률 준비하던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는 사고로 탑승했던 승객과 승무원들이 탈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 지난해 말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하다 외벽과 충돌해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까지 발생했다.
아찔한 항공 사고가 잇따르자 항공 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한인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다.
한인 신모씨는 이번 주말에 보스턴으로 출장을 떠날 예정인 남편을 걱정하고 있다. 신씨는 "남편이 탑승하는 비행기는 다른 아메리칸항공이 아니지만, 대형 비행기 사고를 지켜본 만큼 걱정된다"며 "출장이라 안갈수도 없어 남편이 보스턴에 잘 도착해서 연락을 받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항공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이어서 무엇 때문에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없는 것도 항공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끌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주 후 뉴욕과 워싱턴DC 등 동부 여행 계획이 있는 직장인 유모씨는 "비행기 사고는 나만 조심해서 되는 게 아니고 기체 결함이나 다른 승객들의 문제도 있다 보니 걱정이 크다"며 "사고가 나도 도망갈 곳이 없으니 두렵다는 생각에 여행 계획을 취소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박모씨도 "한국과 미국에서 항공기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니까 솔직히 비행기 타는 일이 겁난다"며 "비행기 탑승 자체가 트라우마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항공 사고 불안감은 비단 국내선 여행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 등 해외 여행 계획이 있는 한인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4월에 한국을 방문하려는 한 한인은 "2개월 정도 남았는데 자꾸 항공기 사고가 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항공권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한국에서 다른 여행 예약도 마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