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가자지구 욕심 이어 '우크라 침공' 러와도 손잡아

美이익이면 '영토보전' 원칙 나몰라라…"중국과 대만 놓고 거래하나" 우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의 영토를 넘보고 적성국과도 손을 맞잡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이 대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린란드와 가자지구를 넘보는 트럼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야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거래주의' 외교 기조가 대만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을 전후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파장을 낳았다. 이를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재건을 진행하겠다는 전후 구상을 밝혀 중동 주변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하고 러시아와 단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차단 등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조건을 내걸었고 동시에 러시아와 에너지 등 경제 분야 협력을 꾀하고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한 국가의 영토를 외부 세력이 침해하지 않는다는 국제법상 영토보전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러시아의 숙원을 들어주고 국제정치 무대 복귀를 도와준 것 역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일부 영토를 장악한 러시아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중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이를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넘어 침공까지도 감행할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라이언 하스는 "트럼프가 무력이나 강압으로 영토를 재설정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중국의 선동가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만중앙연구원의 웨이팅 옌은 미국이 군사력으로 다른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면 중국에 대만을 침공할 수 없다고 말할 도덕적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는 미러 협상이 향후 미중간 진행될 거래의 '예고편'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관세 등 양국의 현안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 "서로 비즈니스를 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면서 이때 대만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국이 대만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트럼프가 믿는지에 대한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며 "대만은 미중과의 '삼각관계' 속에서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 윤 선은 중국 당국자들은 이번 미러 협상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팔아넘긴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는 강대국이 약소국 침공을 결심하면 결국 이를 이행할 수 있고 그 뒤에도 책임 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는 중국의 확신을 강화한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은 트럼프 행정부를 붙들기 위한 노력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만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의 무기 구매 등을 통한 국방비 지출도 확대하고 있다.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국제문제 담당 국장인 알렉산더 황은 "이제 미국에 중요한 것은 가치가 아니라 이익"이라며 대만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미국의 역내 이익을 증진하는 파트너가 되는 방안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