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시에 극심한 현금 부족 사태 전전긍긍, ATM 대부분 가동 중단
작년 8월 은행 출장소들 모두 폐쇄…은행 예금 거의 3분의 2 도난
'계좌로 받고 현금 인출' 암시장 브로커 활개…수수료가 무려 30%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실물' 현금 부족이 극심해 사람들이 찢어진 헌 지폐를 접착제로 붙이거나 낡은 동전을 '수선'해서 쓰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베이루트발 기사에서 전했다.
생필품 상인들이나 환전상들이 낡은 지폐나 동전은 안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돈을 스스로 '수선'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아부 모하메드는 낡고 지저분해진 지폐는 표백제인 염소 용액에 담갔다가 물로 씻은 후 건조시키고, 녹이 심하게 슨 동전은 질산을 살짝 묻혀 닦아낸다고 FT에 설명했다.
찢어진 지폐는 바늘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편 후 투명한 접착제를 발라서 붙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 9월 나온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과 봉쇄 조치로 작년 8월에 가자 지구 내 은행 지점들이 모두 폐쇄됐고, 전쟁 발발 전에 91개 있던 현금인출기(ATM)도 대부분 가동을 중단했다. 작년 말에는 마지막으로 가동중이던 ATM에서도 현금이 바닥났다.
전쟁에 따른 혼란 와중에 가자지구 내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2억9천만 달러(4천250억 원)의 예금 잔고 중 1억8천만 달러(2천640억 원)가 도난당했다.
현금 실물 부족 탓에 계좌로 입금받은 돈을 현금으로 바꿔 주는 암시장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고율의 출금 수수료를 받는다.
작년 10월 중국 신화통신의 가자지구 현장 르포 기사에는 암시장의 출금 수수료율이 20%로 나왔다.
FT에 따르면 가자지구 하마스 당국은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며 올해 2∼3월 휴전 기간 동안에는 이를 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속을 벌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으며, 이달 들어 휴전이 끝나고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격이 재개되면서 수수료율은 15%에서 갑절인 30%로 치솟았다.
이제는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을 사기 위해 실물 현금이 필요한 사람이 계좌로 1천 셰켈을 환전상에게 송금해 주면 현금 700 셰켈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북부의 한 현금 환전상은 24∼25%의 프리미엄을 주고 도매업자들로부터 현금을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28∼30%의 프리미엄을 받고 판다고 FT에 설명했다.
집이 베이트 라히야인 모하메드 아티예(44)는 일단 2천500 셰켈(100만 원)를 다른 지역에 있는 환전상에게 계좌로 송금해 준 후 자전거를 타고 환전상에게 가서 현금으로 1천750 셰켈(7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FT에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소개령을 내려서 자녀 6명과 함께 집을 떠나야만 하며, 짐을 옮기기 위해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빌리는 데에만 200 셰켈(8만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금 출금 수수료에 대해 "안 낼 도리가 없다"며 "떠돌이 생활에는 돈이 많이 든다. 현금을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