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층 규모 아파트 6층만 남기도…강진 직격탄 맞은 만달레이 참상

주저앉은 건물 잔해에 90명 매몰…유가족은 망연자실 눈물만

살아남은 자들, 여진 불안에 집밖서 '숙식'…기자 투숙 호텔도 대피령

내전 속 정부 지원 매우 열악…주민이 직접 중장비 동원해 사체 수습

지난 28일(현지시간) 규모 7.7의 강진 직격탄을 맞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의 상황은 '참혹' 그 자체였다.

지진 이후 주말을 보내고 31일 월요일을 맞은 주민들이 아침부터 일터로 향하기도 했지만 도시 내부 곳곳에서는 지진 피해 현장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람들은 밤사이 여진이 또 올까봐 집 밖에서 잠을 잤고, 집을 잃은 사람들은 관공서나 사원, 학교 운동장 등에 천막을 치고 머물렀다.

실제로 이날 새벽 기자가 숙박하던 5층 호텔에도 침대가 흔들릴 정도의 여진이 왔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각 층마다 앉아있던 호텔 직원들은 방문을 두드리며 빨리 대피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로 상황도 엉망이었다.

도로 양쪽이 무너지면서 차가 겨우 1대 지나갈 만큼만 남아 아슬아슬하게 통과해야 하는 길들도 많았다. 다른 여러 도로는 아예 폐쇄됐다.

도로변에는 완전히 무너지거나 기울고 금이 간 집들이 두세 집 건너 한 집씩 보였다.

물 공급이 안 되다 보니 주민들은 우물터에서 물을 길어다가 나르거나 모여서 목욕했다.

만달레이 외국어대학 인근에 있는 아파트 스카이 빌라는 11층 규모였지만 지진으로 1∼5층이 주저앉아 6개 층만 남은 상태였다. 이 아파트에는 현재 9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층 규모 건물이 그대로 버티고 있다 보니 그 밑에 깔린 이들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일반인 접근은 통제된 상태였으며 통제선 밖에는 매몰된 사람들의 유가족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눈물 짓고 있었다.

우쩌두아웅(48) 씨는 "나는 큰 피해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죽어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새 건물이 들어선 신시가지도 피해가 컸지만, 오랜 건물이 많은 구시가지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주류판매업을 하는 딴소우저(23) 씨는 만달레이에 있는 미얀마 예 호텔이 쓰러지는 것을 눈앞에서 봤다.

딴소우저 씨는 "처음 큰 진동이 오자 호텔에 묵었던 사람들이 다 뛰쳐나왔다"며 "두 번째 진동이 오자 '어어'하는 사이 호텔이 스르륵 옆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큰 지진이 왔지만, 이를 수습하는 지원은 열악한 상황이었다.

키마우수(57) 씨는 헬멧을 쓰고 인부 몇 명을 고용해 쓰러진 집을 다시 찾았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집에서 살릴 수 있는 가재도구나 놓고 나온 귀중품을 찾기 위해서였다.

키마우수씨는 "다른 가족들은 다 살았는데 100세인 이모는 빠져나오지 못 해 돌아가셨다"며 "내 돈으로 중장비를 빌려서 이모 사체를 수습할 수 있었고, 지금은 그냥 손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낙에 많은 사람이 병원에 있다 보니 부상자들은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태다.

아웅수웨이윙(61) 씨는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잔해에 깔렸고, 1시간 반 만에 구조됐다. 10명 가족 중 아웅수웨이윙씨와 사고 당시 밖에 있던 아내만 살았고 나머지 가족은 모두 숨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치료받았지만 입원하지 못하고, 퇴원해야 했고, 지금은 집이 무너져 집 앞에 침상을 깔고 노숙하고 있다.

아웅수웨이윙씨는 "정부에서 해 준 것은 이 침상이 전부"라며 "옆집에서 밥을 줘서 그나마 먹을 수는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 착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