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회 촉구·보복 경고…EU "협상실패 대비 보복 준비"
일본 "지극히 유감" 협상 총력태세…멕시코 협상·캐나다 응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주요국들은 자국 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관세 집착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의 시대가 끝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된 관세를 협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각국 정부는 대미 교섭을 염두에 두고 대응 수위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
무려 34%의 상호관세를 부과받게 된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반격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은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상호관세를 도출했다"며 "이에 대해 많은 무역 상대국이 이미 강한 불만과 명확한 반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가 증명하듯 관세 인상은 미국 자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미국 자신의 이익을 해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발전과 공급망 안정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보복관세 등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지난달 4일 미국이 자신들에게 10%의 추가 보편관세를 부과하자 즉시 석탄·석유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1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 바 있다.
다만 상무부 대변인은 "즉시 일방적 관세 조치를 철회하고 무역 상대국과 평등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적절하게 해소할 것을 미국에 촉구한다"며 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20% 상호관세에 보복 조치를 시사하는 동시에 협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3일 입장문을 통해 상호관세 등과 관련한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지난 달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이달부터 2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2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나 일단 시행을 보류한 상태다.
EU는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13일께 보류한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EU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에 대한 추가 조치도 마련 중이다. 이 조치에는 미국의 서비스 부분에 대한 보복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EU가 협상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우선순위에 두는 만큼 검토 중인 보복 조치가 '협상카드' 용도일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와 함께 EU는 미국 이외의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의 모든 파트너들과 대화하고 무역망을 계속 확장·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지금이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멕시코와의 협정을 비준할 때이며 인도 등 다른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상을 결단력 있게 진전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U는 지난해 12월 메르코수르와 자유무역협정(FTA)에 최종 합의했다.
멕시코와는 기존 FTA 내용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협상을 벌여 지난 1월 중순 관련 합의를 타결했다.
일단 상호관세 적용이 보류된 멕시코와 캐나다는 다른 숙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펜타닐 유입·이민자 흐름을 적절히 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들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중미 3국의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기준을 지킨 제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멕시코는 보복관세 등을 통한 즉각 대응은 자제하면서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설득할 포괄적인 계획을 3일 내놓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멕시코 정부는 앞서 미국의 25% 관세 부과 예고 때에도 "맞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수하면서도 실무적으로는 장관급 협상단을 보내 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반면 캐나다는 미국의 조치에 응수를 예고하며 멕시코와 온도 차를 보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캐나다의 대응과 관련 "목적과 힘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캐나다는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응해 지난 달 4일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1단계 보복 관세를 시행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USMCA 적용 대상에 대해 관세를 유예한 것과 맞물려 1천250억 캐나다달러(약 128조원) 규모의 2단계 보복 관세의 시행을 유예했다.
다만 캐나다 역시 협상 등을 고려해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날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캐나다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식료품 대부분과 기본적인 생활필수품 등에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24%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게 된 일본은 보복 대응 대신 협상을 통한 대미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은 "미국의 일방적 관세가 지극히 유감"이라며 "일본에 해당 관세를 적용하지 말 것을 미국에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상호 관세 부과가 임박한 이달 1일 기자회견에서도 "계속해서 일본을 제외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며 "국내 산업·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조사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의 상호관세를 부과받게 된 브라질의 의회는 새로운 무역 장벽에 대한 정부의 대응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브라질 정부가 자국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일방적인 무역 조치 시 정부가 관세와 같은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틀을 제공한다.
아울러 브라질 정부는 "합법적인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활용하는 것을 포함, 양자 무역에서의 상호주의 보장을 위해 모든 가능한 조치들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WTO 제소 가능성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