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여권파워 노린 '국적 쇼핑' 만연
[이탈리아]
이탈리아인 부모·조부모 있어야 신청 가능
해외에서 '혈통 악용' 사례 과다 규정 강화

이탈리아 출신 조상을 뒀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무조건 시민권을 주던 이탈리아가 국적 취득 문턱을 대폭 높였다.
1일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28일 혈통에 따른 시민권 부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을 시행했다.
그동안은 이탈리아 왕국이 세워진 시점인 1861년 3월 17일 이래 이탈리아에서 거주하던 조상이 있다는 점만 증명되면 시민권을 부여해 왔다.
새 법률은 이런 조항을 삭제하고 이탈리아인 부모나 조부모가 있어야만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어 능력 시험 통과도 시민권 부여 조건으로 추가됐다.
이는 혈통에 따른 시민권 신청을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는 올해 한국 등과 함께 '여권 파워' 3위에 올랐다. 이는 그만큼 이탈리아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많다는 의미로 이를 노린 시민권 신청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남미에 사는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이 유럽이나 미국을 무비자로 방문하기 위해 시민권을 신청하는 식이다.
이탈리아 정부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국민은 2014년 460만명에서 지난해 640만명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신규 시민권 취득이 증가분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신청이 급증하자 이탈리아의 행정 업무에까지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소도시 들까지 예전의 출생·사망·결혼 기록 요청이 쏟아지자 일부 기관들은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부 장관은 "이탈리아인이 되는 것도, 이를 승인하는 것도 진지한 일"이라며 "마이애미에서 쇼핑하려고 여권을 얻는 게임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