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리저기압이 지상에 저기압 발달시켜…대기 불안정으로 돌풍에 천둥·번개
13일 서울 눈 0.6㎝는 4월 적설 역대 2위…2020년 4월 하순에도 눈 관측
'봄눈' 이례적 현상은 아냐…강원산지 작년 5월 '대설'
'벚꽃 위에 쌓이는 눈.'
말이 안 될 것 같은 이런 '어색한' 표현이 지난 주말부터 말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북극 찬 공기를 품고 회전하는 '절리저기압' 탓이다.
월요일인 14일도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 절리저기압이 자리해 하층 공기를 상층으로 끌어 올리면서 지상에 저기압이 발달, 전국에 눈·비가 요란히 내리겠다.
현재 절리저기압은 영하 30도 이하 찬 공기를 수반해 대기 상하층 기온 차가 40∼50도로 벌어지면서 대기가 극히 불안정해지고, 이에 눈·비가 내릴 때 돌풍이 불고 천둥과 번개도 치고 있다.
절리저기압은 대기 상층 제트기류의 동서 흐름은 느려지고 남북으로 진동 폭은 커지면서 북극 쪽 찬 공기가 남쪽으로 거세게 쏟아져 내려올 때 형성된다.
이때 남쪽으로 내려온 제트기류 일부분이 분리되며 저기압 소용돌이를 형성하면 절리저기압이 된다. 절리저기압을 '분리저기압'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절리저기압이 형성될 땐 그에 앞서 '블로킹' 현상이 발생한다.
블로킹은 중위도 편서풍대 대기 상층에 고·저기압이 정체해 '동서바람'이 약화하고 '남북바람'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는 캄차카반도 동쪽에 고기압이 자리해 블로킹이 벌어지고 있다.
블로킹과 절리저기압은 계절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기후변화로 극지방 등 고위도와 저위도 간 기온 차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약화해 블로킹이 이전보다 빈번히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4월의 눈'은 생경하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강원산지의 경우 5월에도 종종 눈이 내린다.
작년에는 5월 중순 향로봉 등에 '대설'이 내리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평년(1991∼2020년) 눈 시작일이 11월 21일, 눈 종료일이 3월 18일이다.
그렇다고 4월에 눈이 내린 적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확인되는 관측자료에 따르면 1908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서울에 4월 중 눈이 온 날(눈일수)은 총 35일이다.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것은 1907년 10월이다.
평년 서울 4월 눈일수는 0.2일이다.
서울에 가장 늦게 눈이 내린 날은 4월 중순도 아닌 하순인 4월 22일이다. 5년 전인 2020년 그날 오후에 진눈깨비가 내렸다.
일각에선 전날 서울 적설이 0.6㎝를 기록한 것을 두고 관측 이래 첫 4월 중순 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지만, 이는 오해다. 눈 관측은 적설계 등의 기록이 아닌 관측자의 목측(目測)이 우선이다.
서울에 4월 일최심 적설(하루 중 눈이 가장 높게 쌓였을 때 적설) 1위 기록은 1931년 4월 6일 2.3㎝이다. 전날 0.6㎝가 2위이고 3위는 1943년 4월 8일 0.5㎝, 4위는 1937년 4월 4일 0.5㎝, 5위는 1944년 4월 2일 0.3㎝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