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정치판에서 나이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젊은 '내'가 지도자가 돼야 낫지 않겠느냐고 하는 겁니다.
나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땐 '낳'으로 표기됐다고 합니다. 동사 '낳다'의 어간입니다. 여기에 접사 '이'가 붙어 나히가 됐다가 ㅎ이 탈락하여 나이가 됐다는 내력을 국어책은 전합니다.
왜 정치에서 나이 이슈를 거론할까요? 적은 쪽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면서 젊음을 강점으로 내세우느라 그럽니다.
고령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지력과 건강이 나빠 안정적으로 국사를 처리하기 어려울 때일 겁니다. 지난 발자취가 부정적이어도 매한가지이겠고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릫세대교체 슬로건릮 효과가 제한적일 겁니다. 고령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젊은 쪽도 내공 있고 새뜻해야([새뜻하다] 예전과 달리 새롭고 산뜻하다)만 구호의 울림이 클 테지요.
나이가 쟁점이 된 선거는 최근 미국 대통령선거 말고도 여럿 있습니다. 그렇지만 1984년 미국 대선을 주목하는 이유는 고령이라고 공격당하던 로널드 레이건 후보(당시 대통령)의 반격과 반전 때문입니다. TV 토론에서 한 패널이 묻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존 F. 케네디가 몇 날 며칠을 잠도 제대로 못 자며 대처했다는 일화를 옮기면서 그렇게 힘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느냐고요. 레이건은 단호합니다. "전혀요. 그리고 질문자께선 이것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말이에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이슈 삼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 경쟁 상대의 '나이 어림'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 먹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객석에서는 박장대소가 터졌습니다. 상대 후보인 월터 먼데일마저 '무장해제'되어 환하게 웃었고요. 레이건의 재선을 예감케 하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레이건(1911∼2004년)은 당시 73세로 먼데일(1928∼2021년)보다 17세 많았습니다. 나이의 다소(多少)보다 연륜의 고저(高低), 언제나 관심사는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