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제기 사유 미확인…"해상 남북 경계선 확정 안 됐다는 주장 펼쳤을 수도"

북한이 서해상 우리 영토인 백령·대청·소청도 일대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반대하고 나선 데는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정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일 유네스코에 세계지질공원 지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인천시는 옹진군 백령면(백령도), 대청면(대청·소청도) 육상 66㎢와 주변 해상 161㎢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는데, 북한이 이에 돌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의를 제기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백령·대청·소청도는 연평도와 더불어 북한이 문제 삼는 서해상 남북 경계에 근접해 있는 곳이다.

이들 섬은 모두 서해상 확립된 남북 경계인 NLL 이남에 있다. 그러나 북한은 1999년 '해상군사분계선'이라는 명목으로 이 섬들이 모두 북측에 포함되게끔 하는 선을 NLL보다 남쪽에 자의적으로 그었다.

그러고는 2000년 '통항질서 수로'라면서 남측에서 이들 섬에 다닐 수 있는 좁은 수로들만 인정하겠다는 주장을 내놨다.

2007년에는 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등을 계기로 '해상경비계선'이라는 것을 내놨다. NLL보다 남쪽, 서북도서보다 북쪽에 그은 선이었다.

북한은 2018년 9·19 군사합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해상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서해 완충구역을 논의하자고 했으나 남측이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4년 2월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 또한 해상경비계선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더는 서해 5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기때문에 결국 북한은 백령·대청·소청도 등 육상 지역보다는 주변 해상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선 해상 국경선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해당 해역이 남측 신청으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 국제기구가 남측 영해임을 공인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의 제기를 통해 서북도서 일대를 분쟁지역화하는 효과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북한이 왜 이의 신청을 했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리의 해상영토임이 분명한 NLL에 대한 무력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해상의 남북 경계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지질공원 지정을 보류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네스코는 회원국이 이의 신청을 하면 평가 작업을 중단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남측과의 소통 채널을 모두 차단한 채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관련 논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김철선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