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우리말 관용구와 속담에 개가 쓰인 게 많습니다. 하찮고 지저분한 이미지를 다룹니다. 부지런하고 열성적인 것을 나타낼 때도 있지만요.
'개 발싸개 같다' 합니다. 보잘것없음을 표현합니다. 개 발싸개 같은 선물을 주면 주고도 욕먹습니다. 예쁜 진짜 발싸개를 사주면 개 주인에게 한동안 사랑받겠지만요.
[사람 잠도 못 자게 오밤중에 개 싸대듯 돌아다니며 어쩌라는 거야…….≪한수산, 부초≫] 아무 데나 함부로 마구 쏘다니는 모양을 그렸습니다. 미친개 싸대듯 한다고도 합니다.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이 유행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개 잡듯 한다, 개 패듯 한다 합니다. 함부로 다루고, 마구 때린다는 거네요. '나'를 개 콧구멍으로 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멀리해야 합니다. 시시하다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거니까요.
개가 똥을 마다할까 하면 심하게 비꼬는 말입니다. 본디 좋아하는 것을 싫다고 거절하는 상대에게 정색하고 이렇게 말하면, 그건 엄청난 욕설입니다. 졸지에 똥개가 되어버린 거니까요.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하고 개를 따라가면 측간으로 간다 하듯 개와 똥은 자주 동행합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고 합니다. 돈을 벌 때는 천한 일이라도 하면서 벌고 쓸 때는 떳떳하고 보람 있게 씀을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쓴다 대신에 산다, 먹는다 동사도 쓸 수 있습니다.
개 발에 땀 났다하는 말은 임박한 수업에 낼 리포트를 미친 듯이 쓰고 있는 학생에게 제격입니다.
개 꼬리 삼 년 묵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는 속담은 본바탕이 좋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하여도 그 본질이 좋아지지 않음을 이릅니다. 황모는 족제비 꼬리털로, 가늘고 빳빳한 붓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인다고 하네요.
옷차림이나 지닌 물건 따위가 제격에 맞지 않을 때 개 발에 편자라고 합니다.
활용도 높은 개 팔자가 상팔자는 내 신세가 처량할 때 놀고 있는 개를 보며 하는 탄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의 파괴가 제한적이라는 취지로 보도한 CNN 기자에 대해 "개처럼 쫓겨나야 한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개는 한국에서와 비슷한 느낌으로 말 치장에 쓰이나 봅니다. 그 나라 표현의 자유 권리를 담은 수정헌법 제1조, 과연 얼마나 안녕할까요? 요즘 속어로, 개궁금해집니다. 접두사 '개'는 매우/정말로/무척/큰, 이라는 뜻을 표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