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위반 벌금 면제해줄테니 어린 딸 아침 사줘라"
[이·사·람]
'유머와 온정' 카프리오 판사 88세 별세
40년간 약자 편에서 피고들 사연 경청
공감 판결영상 인기, 누적 조회 10억회"내 법정은 사람과 사건이
친절과 연민으로 만나는곳"
가슴이 따뜻해지는 훈훈한 판결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프랭크 카프리오(사진) 전 로드아일랜드주 지방법원 판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20일 AP통신은 카프리오 판사가 오랜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고 전했다.
카프리오 판사는 지난주 직접 영상에 출연해 “건강에 차질이 생겨 병원에 다시 입원했다”며 “기도 속에 나를 기억해 달라”고 한 바 있다.
약 40년간 법정에 선 고인은 리얼리티 법정 프로그램 ‘코트 인 프로비던스’를 통해 유머와 온정이 담긴 판결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그는 피고인의 사연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가 ‘사람과 사건이 친절과 연민으로 만나는 곳’이라고 부른 법정의 피고인석에는 교통 위반 등 주로 작은 범죄를 저지른 서민들이 섰다.
그의 영상은 모두 합해 10억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카프리오 판사는 2023년 은퇴했다.
AP통신은 “카프리오 판사는 재임 기간 다른 많은 판사들과는 달리 덜 대립적이고 덜 가혹하며 더 공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1월 주차 위반으로 기소된 여성은 여섯 살 딸과 함께 재판에 출석했다. 카프리오 판사는 딸을 판사석으로 불러내 엄마에게 벌금으로 얼마를 부과할지를 물었다. “이제부터는 네가 판사야. 공정하고 정직해야 해. 너희 엄마는 주차 위반으로 적발됐어. 벌금으로 얼마를 내라고 해야 할까? 다음 넷 중 하나를 골라줘. 300달러, 100달러, 50달러, 0달러.”
이런 물음에 딸은 50달러를 선택했다. 그러자 카프리오는 “재판이 오전 8시부터 시작됐는데 오늘 아침은 먹었니?”라고 물었다. 딸이 “못 먹었다”고 답하자, 카프리오는 “엄마한테 벌금 50달러를 내는 대신 너한테 아침을 사주도록 하면 어떨까?”라며 “네가 좋다고 하면 벌금은 사라지고, 싫다고 하면 50달러를 내야 해”라고 했다. 이에 딸이 아침 식사를 선택하자 재판은 훈훈한 분위기 속 종결됐다. 이 영상은 현재 조회 수가 1000만회가 넘는다.
▶2016년 월남전 참전 용사의 주차 위반 케이스. 당시 그는 베트남 전쟁중 얻은 심장 질환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70대 남성의 변론을 곰곰이 듣더니 “나라를 위한 당신의 희생에 감사드린다”고 말한뒤 범칙금 부과를 취소했다.
그밖에도 아들이 살해된 여성의 사연의 들어준 뒤 벌금 400달러를 면제해주거나, 시급 3.84달러를 받는 바텐더의 신호위반을 눈감아주는 등 딱한 처지의 피고인들에게 선처를 내린 그의 판결 영상은 늘 화제가 됐다.
댄 맥키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는 “그의 따뜻함, 유머, 친절은 그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말하고 “그는 단순한 법관을 넘어, 인간애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