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췌장암 가족력·췌장 염증질환 있으면 반드시 금연해야"

담배 연기 속 화학물질과 다른 환경 독소가 몸 안의 면역세포와 결합해 췌장암 위험을 높이고 증세를 악화시키는 메커니즘이 생쥐 실험에서 밝혀졌다.

미국 미시간대 로겔 암센터 티머시 프랭클 교수팀은 5일 미국암연구학회(AACR) 학술지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에서 담배 속 화학물질 같은 환경 독소가 체내 특정 면역세포와 결합해 '인터류킨-22(IL22)' 분비를 증가시키고 췌장암 모델 생쥐의 종양을 더 공격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프랭클 교수는 "환경독소에 노출된 생쥐에게서 종양이 훨씬 더 크게 자라고 몸 전체로 전이되는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며 이는 왜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고 비흡연자보다 예후가 더 나쁜지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흡연은 대표적 악성 종양인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흡연량이 많을수록 위험이 더 커지고, 치료 결과에도 영향을 미쳐 췌장암 환자 중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흡연량에 비례해 전체 사망 위험이 더 커진다.

연구팀은 흡연과 췌장암 간 연관성은 잘 확립돼 있지만, 흡연이 췌장암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췌장암 모델 생쥐를 담배 연기에 포함된 다이옥신계 물질(TCDD)에 노출해 종양의 변화를 확인하고, 몸속에서 일어나는 독소와 특정 면역세포의 결합, 그로 인한 인터류킨-22 분비 증가, 면역 억제 작용 등을 단계별로 조사했다.

췌장암 모델 생쥐에게 담배와 다른 환경독소에서 발견되는 TCDD를 투여하자 종양이 훨씬 더 커지고 몸 전체로 전이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어 이 과정에 IL22가 관여하는지, 어떤 세포가 IL22를 생성하는지 확인한 결과, 환경독소에 노출된 생쥐 종양에서 IL22 발현 면역세포가 증가했으며 선천면역 세포보다 T세포가 IL22의 주된 공급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면역계가 없는 생쥐에게서는 화학독소를 투여해도 종양 성장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발암물질이 면역계 내에서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프랭클 교수는 "조절 T(Treg) 세포들은 IL22를 만들 뿐만 아니라 항종양 면역 반응 자체를 크게 억제, 이중 공격을 한다"며 "생쥐에서 Treg 세포를 모두 제거하자 담배 화학물질이 종양 성장을 돕는 현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결과는 사람 면역세포와 췌장암 환자 세포에서도 확인됐다. 실제 췌장암 환자 중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보다 Treg 세포가 더 많았다. 또 담배 화학물질의 작용을 차단하는 억제제를 투여한 생쥐에게서는 종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환경 독소를 차단하는 약물이나 관련 신호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이 실제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과 흡연에 노출된 환자에 대한 맞춤 치료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랭클 교수는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리면 비흡연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치료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췌장에 다른 염증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흡연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Cancer Discovery, Timothy L. Frankel et al., 'Aryl hydrocarbon receptor ligands drive pancreatic cancer initiation and progression through pro-tumorigenic T cell polarization', http://dx.doi.org/10.1158/2159-8290.CD-25-0377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