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 시장 찬바람, 직장 구하기 바늘구멍…"새로운 일자리 취직 자신 없다"
[뉴스진단]
뉴욕 연은'구직 기대감'44.9% 사상 최저
경기 불확실성 기업 신규 인력 채용 급감
경력자 우대, '사회 초년생' 구직 직격탄
직장을 찾고 있는 구직자들의 구직 기대가 예전만 못하다. 일자리 증가가 둔화하면서 새로운 직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꺾였다.
전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뒤 7개월 째 접어든 한인 구직자 A씨는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지금까지 150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면접을 보자는 통보를 받은 것은 단 4곳에 불과하다. A씨는 "지난 2021년 퇴직 후 직장을 다시 얻을 때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면접 후 급여나 근무 조건을 따져보면서 갈 곳을 선택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A씨는 다시 이력서를 내려고 한다. 이번엔 자신의 경력에 비해 낮은 급여의 직종인 고객 센터 상담원에 지원할 생각이다. A씨는 "솔직히 새 직장을 얻을 자신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직 기대와 자신감이 저하된 것은 A씨만이 아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뉴욕 연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장을 잃고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구직자의 자신감과 기대감은 사상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뉴욕 연은이 지난 8일 발표한 8월 소비자 기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현재 일자리를 잃을 경우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44.9%로 나타났다. 이는 전달보다 5.8%포인트 급락한 수치로, 2013년 6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노동시장이 흔들리고 있음을 반증하는 신호로, 지난 2021년과 2022년 대퇴사(Great esirnation) 시기의 흐름과 180도 다른 상황이다. 당시에는 한 달 평균 450만 명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21년 말에는 한 달에 최대 450만 명 이상이 회사를 떠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구인 건수는 넘치는데 구직자가 부족해, "언제든 다른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구직 기대감과 자신감이 컸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신규 인력 채용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연방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7월 구인 건수는 718만 건으로 실업자 수 723만명 보다 적었다. 고금리에 관세 부과, 여기에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촉발된 경기 성장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고용 확대에 신중해지자 직장인들이 기존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1년 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은 18.9%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해고는 상승 추세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해고된 직장인은 80여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된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그 파장은 사회 진출 초년생들의 구직 활동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신입 직원 채용보다는 경력자 채용 위주로 구인 경향이 바뀌면서 첫 직장을 잡으려는 젊은층의 구직 활동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