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드 이어 워너브러더스 인수 시도
"미디어 업계 거물로 떠오를 것" 관측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젊은 피' 데이비드 엘리슨(42)이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에 대적할 새 합병 기업을 탄생시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엘리슨이 설립한 스카이댄스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 인수를 성사시킨 데 이어 또 다른 전설적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를 다음 인수 표적으로 삼으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래리 엘리슨의 상속자가 워너브러더스와 할리우드의 지형 개편을 겨냥하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 할리우드 스튜디오 대표를 인용해 양사 간 합병이 넷플릭스에 대한 첫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방대한 독점 영상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2개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합해 할리우드의 최강자로 떠오른 넷플릭스의 독주를 견제할 미디어 공룡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슨은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의 창업자이자 세계 2위 부호인 래리 엘리슨의 아들이다. FT는 엘리슨이 부친의 지원을 등에 업고 워너브러더스 인수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영화광인 엘리슨은 15년 전 스카이댄스를 설립한 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매버릭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잭 리처' 시리즈, '월드워 Z' 등을 제작하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스카이댄스는 이달 초 80억달러(약 11조1천억원) 규모의 인수를 마무리하며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CBS, MTV, 니클로디언, 쇼타임 등의 계열사와 채널을 갖게 됐는데, 시가총액 기준으로 몸집이 2배가 넘는 워너브러더스까지 삼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할 경우 합병 법인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와 케이블TV의 강자 HBO, DC 스튜디오, CNN까지 품으면서 넷플릭스, 디즈니와 함께 막강한 미디어 공룡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번스틴의 애널리스트 로런트 윤은 "(엘리슨이)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까지 갖게 된다면 틀림없이 거물이 된다"며 "이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엘리슨은 '여기는 내 영토'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FT는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가 무성영화 시대에 설립돼 케이블TV 붐을 타고 거물이 됐지만 스트리밍 시대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에 규모가 작았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 제시카 리프 얼리크는 보고서에서 이들 두 회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파라마운트+(플러스)'와 'HBO맥스'를 합친다면 스트리밍 업계에서 매우 가공할 경쟁자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부친 래리 엘리슨이 오랜 공화당 지지자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미국의 정권이 공화당에 있다는 점도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정치적 환경으로 꼽힌다.
CBC 뉴스와 CNN을 한 회사 지붕 아래 두는 인수 시도는 과거 행정부라면 언론 통합의 한계를 시험하는 논쟁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FT는 짚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잠재적인 합병에 더 큰 재량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경쟁당국 관계자는 말했다.
반면 채프먼대 앤더슨경제연구센터 소장 레이먼드 스피어는 "정부가 이를 허락할지 모르겠다"며 이미 소수 업체에 집중된 산업에서 집중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의 고문인 존 멀론은 지난달 FT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시대에 영화 스튜디오 간 합병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구(舊) 미디어 기업들이 영화 산업에 진출하기로 한 거대 기술기업에 맞서 규모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두 스튜디오의 합병은 일자리 감소와 영화·TV 쇼 구매자의 감소를 의미할 것"이라며 엘리슨이 미디어 업계의 강력한 거물로 올라서는 것이 그의 회사와 업계에 이득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