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사업권 갈등, 관광 마비 사태로 번져…‘뉴세븐원더스’ 재단, 관리 부실 공식 경고
[페루]
주민·시위대 "버스회사 선정 과정 불공정·불투명”
철로 막아 관광객 수백명 고립…경찰 14명 부상
각국 경계 수위 높여, 미국은 여행 주의보 발령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페루 마추픽추가 시위대로 인해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면서 마추픽추의 7대 불가사의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마추픽추로 향하는 철로에 일부 시위대가 통나무와 돌을 쌓아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이 차단됐다.
이로 인해 관광객이 고립되자 당국은 15일 1400명의 관광객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900명이 여전히 고립 상태로 남았고 이튿날 당국은 156명의 관광객을 대피시켰다. 수백 명은 스스로 걸어서 하산해야 했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는 프랑스, 일본, 미국, 브라질, 독일, 포르투갈 국적자들이 포함됐다.
시위대는 산 아래 도시인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와 마추픽추 사이를 오가는 버스를 운영하는 새로운 버스 회사가 선정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위대와 주민들은 기존 업체가 30년간의 운영권이 만료된 후 새로운 업체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다른 지역 기업들이 혜택을 누린다며 지역 사회의 지분을 요구했다. 시위대와 충돌 과정에서 경찰관 14명이 다쳤다.
페루 당국은 18일 시위대와 협상해 72시간 동안 시위를 중단하고 철로를 복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관광객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세계 주요 문화유산 명소를 알리는 스위스 민간 재단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는 성명을 통해 페루 정부에 서한을 보내 분쟁이 확대될 경우 마추픽추가 세계의 신(新)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인정받는 데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도 페루 여행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
주페루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시위 장소와 대규모 집회를 피하라고 권고하는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대사관은 “마추픽추를 방문하려는 여행객은 교통, 현장 접근, 기타 서비스가 사전 통지 없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발 2438m에 위치한 마추픽추는 15세기 잉카 황제 파차쿠테크(1438-1470)의 명령으로 건설됐으며 지난 2007년 뉴세븐원더스에 의해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등과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됐다.
마추픽추는 매일 45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인 동시에 현지인들의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23년 1월에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벌어진 시위로 인해 폐쇄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