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서 “트럼프에 불복종하라” 외치던 좌파 대통령
[콜롬비아]
美 국무부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제재
"친팔레스타인 집회 미국 규탄 폭력 선동“
유엔총회선 “트럼프를 수사해야” 연설도
미국을 방문 중인 외국 대통령이 방미 도중 비자가 취소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을 방문해서 미국을 규탄하고 반 트럼프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미 국무부는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뉴욕 거리에서 열린 친 팔레스타인 시위에서 '선동 행위'를 했다며 그의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국무부는 소셜 미디어 X 게시물에서 "콜롬비아 대통령 구스타보 페드로가 뉴욕 시내 거리에 서서 미국 군인들에게 명령에 불복종하라고 촉구하면서 폭력을 선동했다"며 "무모하고 선동적인 행위 때문에 우리는 그의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유엔본부 밖에 모인 군중에게 "나는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지 말라고 미국 군대의 모든 군인들에게 촉구한다”고 말하고 “트럼프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인류의 명령에 복종하라!"고 발언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당시 발언하는 영상을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앞서 지난 23일 페트로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내용의 연설을 해 미국 측의 반발을 샀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약 밀매 조직 소유로 추정되는 선박들을 카리브해 해상에서 공습한 것을 규탄하면서 “트럼프를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페트로가 연설을 시작한 지 5분만에 미국 대표단은 항의의 표시로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페트로는 이 연설에서 가자지구 ‘학살’에 트럼프가 공모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2022년 8월부터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정부를 이끄는 페트로 대통령은 미국과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난 1월 집권 직후 불법 이민을 이유로 추방한 사람들을 태운 군용 항공편을 페트로 대통령이 수용 거부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했다. 지난주 미국은 약 30년 만에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비협력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협력 파트너' 지위에서 해제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이 콜롬비아에게 해 오던 연간 5억 달러 규모의 마약 밀매 퇴치 예산 지원도 끊길 전망이다.
한편 콜롬비아 이미 26일 밤 뉴욕을 떠나 콜롬비아로 귀국한 페트로 대통령은 자신의 비자를 취소한 미국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콜롬비아 대통령으로서, 유엔총회에서 나는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의 창립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유엔 본부를 더 민주적인 곳, (카타르) 도하로 옳겨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