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경찰 적용 혐의는 현존전차방화치상…향후 수사 따라 살인미수 검토 가능성 관심
법정형서 여러요소 고려해 선고형 결정…192명 숨진 대구지하철 참사 방화범 무기징역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질렀다가 검거된 60대 남성이 수사를 거쳐 향후 기소돼 재판받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전 여의나루역∼마포역 터널 구간을 달리던 5호선 열차 안에 휘발유를 뿌려 방화한 60대 원모씨를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체포해 수사 중이다.
원씨 본인을 포함해 23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고 129명이 현장에서 처치를 받았다. 또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되는 등 약 3억3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원씨는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불을 질렀고, 범행에 쓸 휘발유를 2주 전 주유소에서 구입했다는 주장을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형량을 정하는 양형 과정은 개념적으로 법정형, 처단형, 선고형의 수순을 거친다.
우선 법정형은 법률에 규정된 형벌을 말한다. 법 조문에 적힌 처벌 수위로, 범죄 구성요건에 따라 규정돼 있다. 구성요건이란 형벌을 부과하는 근거가 되는 행위 유형이다.
이번 범죄의 경우 형법 164조(현주건조물 등 방화)의 적용을 받는다. 이 조항은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지하채굴시설을 불태운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수사 과정에서 원씨에게 방화로 승객들을 살해하겠다거나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등 미필적으로라도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이 드러난다면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방화라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여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받지만 감경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같은 법률을 토대로 처단형을 상정하게 된다. 처단형은 법정형을 가중·감경해 처벌의 범위를 더 구체화한 것이다. 판사는 법률상 죄명에 따른 하한(감경)과 상한(가중)을 정한 형량을 산출한다.
형을 가중하는 사유는 법률상 정해져 있다. 가중 사유는 누범, 경합법 가중 등의 일반적 사유가 있고, 특정범죄 등에만 적용하는 특수한 가중 사유도 있다.
감경의 경우 법률상 감경과 재판상 감경이 모두 가능하다. 감경 사유는 심신미약 등 법률상 정해진 요소가 있으며 판사가 정상참작해 감경할 수도 있다.
이를 거쳐 판사는 최종적으로 선고형을 정하게 된다. 실제 선고하는 형량은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판사가 결정한 최종 형량이다.
선고할 때에는 양형기준을 바탕으로 삼는다. 양형기준상 권고하는 형량인 '권고형'이 있어서 이 부분도 참작해야 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현주건조물 등 방화치상죄의 형량을 기본 징역 4년∼7년으로 규정한다. 감경 시에는 징역 2년 6개월∼5년, 가중 시에는 징역 6년∼11년이다.
계획적 범행, 다수인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힌 경우 또는 중대한 재산상 피해를 야기한 경우,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 등은 가중인자로 적용된다. 반면 범행가담 또는 범행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심신미약 등은 감경요소가 된다.
이처럼 법원 재판부는 원씨가 기소되면 가중·감경요소를 고려해 처단 범위를 구체화한 뒤 양형기준까지 고려해 선고형량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를 일으킨 김대한(당시 56세)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달리던 1079호 전동차에 불을 질러 192명을 숨지게 하고 151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오다 혼자 죽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신병을 비관, 자살하기 위해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에 불을 질러 방화범죄 사상 초유의 대량 사상자를 내고 전 국민을 경악케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그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사형을 선고할 조건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14년 5월 서울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3호선 열차 안에서 불을 질러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당시 71세)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조씨는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뒤 판결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세상에 알리려는 그릇된 동기로 너무나 위험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시는 이런 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al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