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치면 ‘동지’로, ‘남한’ 입력시 ‘괴뢰지역’으로 자동 수정”

[북한]

사용자의 활동 몰래 포착하기 위해
5분마다 한국식 표현 등 정보 검열
자동으로 화면 캡쳐해 당국에 보고

북한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주민들의 언어 사용을 통제하고, 기기 사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는 지난달 31일 ‘북한에서 반출한 휴대전화 내부’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정보를 북한 정권이 철저히 검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지난해 북한에서 밀반출된 스마트폰을 입수했다. 전원을 켜자 화면에는 북한 인공기가 등장했고, 내부에는 북한식 표현으로 이름 붙여진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돼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전화는 ‘번호판’, 메시지는 ‘통보문’, 나침판은 ‘라침판’, 녹음기는 ‘록음기’, 파일은 ‘화일관리’ 등으로 표기돼 있다. 이 외에도 ‘공세2.0’, ‘명가수’ 등 북한 자체 프로그램으로 추정되는 앱도 보인다.
BBC에 따르면 북한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남한말투 자동수정’을 갖췄다.
BBC 취재진이 스마트폰에 한국어로 ‘오빠’를 입력하자, 곧바로 “친형제나 친척 간인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떴고, ‘오빠’는 자동으로 ‘동지’로 수정됐다. ‘남한’을 입력하면 ‘괴뢰지역’으로 바뀌었다.
또 BBC는 이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활동을 몰래 감시하기 위해 5분마다 자동으로 화면을 캡처해, 당국만 열 수 있는 비밀 폴더에 저장하는 기능이 내장돼 있다고 밝혔다.
BBC는 “주민들이 금지된 콘텐츠 등을 보거나 공유하는지 당국이 알아내려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현재 얼마나 놀라운 수준으로 정보를 검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북한 정보통신 기술 전문가는 “이제 스마트폰은 북한 정권이 주민을 세뇌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