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GDP 대비 국방비 5%' 기준 제시에 사실상 난색 표명
전문가 "유럽처럼 2030년까지 GDP 대비 3% 정도가 합리적"
국방부는 미국이 아시아의 동맹국들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20일 연합뉴스의 질의에 이같이 답하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국방비를 지속 증액해 오고 있다"며 "한국은 앞으로도 한반도 방위 및 역내 평화·안정에 필요한 능력과 태세를 구비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국방부의 션 파넬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의 질의에 답변으로 보내온 성명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18일(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과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대화)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GDP의 5% 수준 국방비 지출을 새로운 가이드라인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동일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2천469억원으로 GDP 비중은 2.32%다.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5%로 늘리려면 국방예산을 약 132조원으로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
국방부가 한국은 국방비를 꾸준히 늘려왔고 미국 동맹국 중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이 제시하는 국방비 GDP 5% 기준에 사실상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한국의 국방비는 10년 전인 2015년 37조5천550억원 대비 23조6천919억원(63.1%) 증가했고, 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2.16%에서 2.32%로 0.16%포인트 늘었다.
정부는 향후 미국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게 될 시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지속적인 국방비 증액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국방비 지출에 인색하지 않다는 점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내 주요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의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방위비는 9조9천억엔(약 98조원)으로 한국보다 많지만 GDP 대비 비율은 1.8%로 한국보다 낮다.
작년 기준 미국의 국방비도 GDP 대비 3.38%로 자신들이 제시한 GDP 대비 5%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나토 회원국들도 미국의 증액 압박에 국방비 지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순수 국방비를 GDP 대비 5% 수준까지는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최근 GDP의 국방비 비중을 2027년까지 2.5%로 높이고 2029년부터인 다음 의회 임기에서는 3%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기준 GDP 대비 약 2% 수준인 국방비를 3.5%로 증액하고, 대비 태세를 뒷받침할 관련 인프라에 1.5%를 추가 지출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관련 비용 1.5%로 총 5%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의 구상과 일치한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단기적으로 국방비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고려해 국방비를 점차 증액해 유럽처럼 2030년까지 GDP 대비 3%로 인상하는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