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정점' 86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최악의 위기 지면

이스라엘 공격에 총체적 허점, 생사까지 위협…체제 존속 여부 갈림길

美의 핵프로그램 포기 압박속에 국가 내부 민생 불만 최고조 진퇴양란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정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적국의 군사 공격에 따른 충격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위기로 정치적 측면뿐 아니라 생사까지 위험해지는 처지가 됐다.

1939년생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혁명 1세대를 대표하는 성직자이자 정치인이다. 1981년 대통령으로 선출돼 7년간 이라크와 전쟁을 치렀고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사망한 뒤 1989년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이란의 대통령, 의회는 4년마다 선거로 바뀌지만 최고지도자는 종신제다.

신정일치의 이슬람공화국인 이란의 통치구조상 최고지도자는 '신의 대리인'이면서 군통수권을 비롯해 외교·안보 등 주요 정책을 최종 승인하며 입법·사법부 역시 그의 통제하에서 제한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란의 국부로 불리는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슬람공화국 건국 초기 약 10년을 통치했던 데 비해 36년간 절대 권한을 행사한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현재 이란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13일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이 시작된 이후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닷새가 지났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부 이란 반체제 매체에서 그가 지하 벙커에 가족과 함께 은신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철저히 보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이 매우 정확한 정보력으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부와 그의 측근들을 '표적 공습'해 살해한 만큼 그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폭격에 사망하기라도 한다면 이란은 사실상 구심점을 잃고 백기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조만간 마무리되고 설사 그가 생존한다고 해도 그의 위상과 입지는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로 이슬람혁명으로 수립된 이란 신정일치가 존속의 갈림길에 섰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단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이 아니었더라도 이란의 불안정성은 내부에서 축적돼왔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직면한 위기는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불만, 만성화된 민생고, 경제적 양극화 등 사회적 모순이 체제의 존속을 위협할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같은 내부 압력이 팽배하던 차에 이스라엘의 공격이 체제 붕괴 또는 대변화의 방아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습 첫날인 13일 이란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날 이스라엘은 놀라운 정보력으로 혁명수비대 지휘부와 핵과학자, 핵시설을 동시에 공격해 성공을 거뒀다.

이는 단순히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 수준을 넘어 내부의 조력자가 없었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일이라는 점에서 체제 내부의 결속력이 상당히 느슨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이란이 반격해 이스라엘에 동등한 타격을 입혔다면 전세는 달라졌을지 모르나 객관적으로 열세가 드러났고, 지리적 조건으로 이란군의 강점인 육군과 해군이 무용지물이 되는 바람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선택지는 매우 제한됐다.

1년 전 이스라엘으로부터 2차례 공습을 당했는데도 이란의 대응은 당시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메네이로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강제하는 핵 프로그램 포기를 수용하고 미국·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는 대전환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지만 이 대안은 이슬람혁명 체제의 와해 또는 붕괴를 의미한다. 결국 자신의 '몰락'을 스스로 선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여전히 신정일치 체제를 지지하는 강경 보수파와 군부의 큰 반발로 예기치 못한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