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조사서 스트레스 토로…법률대리인 "실종 사건 무혐의 처분 받아"
19년 전 실종된 이윤희(당시 29·전북대 수의학과)씨의 등신대(사람과 같은 크기의 사진)를 훼손한 40대가 경찰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재물손괴 혐의로 최근 검찰에 넘겨진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에게 "나를 실종사건의 범인으로 모는 게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사 내내 과거의 사건으로 오랜 기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했다"며 "폐쇄회로(CC)TV에도 훼손 장면이 담겨 있어 혐의가 명백히 입증됐다고 보고 사건을 송치했다"고 말했다.
A씨는 과거 이씨와 같은 학과에 다녔던 인물로 확인됐다.
이씨 가족은 실종 초기부터 A씨의 행적을 거론하며 사건 연관성을 의심해왔다.
최근에는 A씨의 출근길과 집 주변 등에 이씨의 등신대를 세우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이씨 가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이씨의 부친 등은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 잠정조치를 위반해 등신대를 설치했다"면서 "A씨는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방어하고 법익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등신대를 철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종 사건은 매우 안타깝지만, A씨도 동료(이씨)의 실종으로 고통을 겪었다"며 "A씨는 이후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이씨 가족이) 범인으로 의심하고 이를 주변에 알리는 위법 행위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전북대 수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6년 6월 5일 교수 및 학과 동료 40여명과 종강 모임을 한 뒤 다음 날 새벽 모임 장소에서 1.5㎞ 떨어진 원룸으로 귀가했으나 이후 실종됐다.
당시 경찰은 실종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은 채 이씨의 친구들이 원룸을 치우는 것을 내버려 뒀고, 사건 일주일 뒤에는 누군가 이씨의 컴퓨터에 접속했는데도 이 과정을 또렷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jay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