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올해 26조원 규모 청정 사업 취소

돌이킬 수 없이 산업 파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공격하면서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틀러스 공공정책 클린 이코노미 트래커'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 철회 등에 나서면서 올해 취소된 청정에너지 개발사업 규모가 186억달러(약 25조9천억원)에 달한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해 전체 사업 취소 규모 8억2천700만달러와 견주면 22배가 넘는다.

발표된 투자 계획 규모도 지난해 209억달러에서 올해는 20%가량 빠진 158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후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세액공제와 보조금, 대출 제도를 폐지했다. 풍력·태양광 사업은 승인받기 어렵게 만들었고, 중국이 지배하는 산업 공급망에 포함된 기업들에는 제재를 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은 담당 각료의 발언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재생에너지가 간헐적으로만 전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이를 "전력망의 기생충"이라고 불렀다.

에너지부는 지금까지 37억달러의 보조금을 삭감했고 85억달러 규모의 대출은 취소됐거나 위태로운 상황이다.

FT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이 분야를 혼란에 빠뜨리면서 미국이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치솟는 전력 수요를 맞추는 데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선 AI를 가동할 에너지 수요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재생에너지 분야를 돌이킬 수 없이 망가뜨릴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공익센터의 에너지정책 분석가 아브바잇 아런은 "재생에너지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의 일정에 맞춰 1∼2년 만에 건설돼 연결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무시한다면 방정식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산하는 재생에너지 기업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11개 그룹이 파산 신청을 했는데 지난 11일 파산 신청을 낸 TPI 콤포지트의 윌리엄 시윅 최고경영자(CEO)는 "미 행정부가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보조금이 폐지되기 전 사업을 착공하려 서두르는 중이다. 사업이 수지를 맞추려면 세액공제 혜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중 세액공제 혜택이 완전히 종료되는 주택용 태양광은 특히 타격이 크다. 컨설팅 업체 우드 매켄지는 이런 정책 변화로 인해 2030년 말까지 주택용 태양광 설치가 절반에 가까운 최대 46%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터리 저장업체들의 경우 풍력·태양광보다 긴 2036년까지 세액공제 수혜 기간이 남았지만 공급망이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어 구제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태양광 업체 오로라 솔라의 크리스 하퍼 CEO는 지원 제도의 종료로 인해 "그동안의 성과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업계를 떠나고 자본과 신뢰도 상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