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출격 발포, 이례적 무력대응…공항 일시폐쇄 등 경계태세 강화
870만명에 한때 대피령…긴급 각료회의, 나토 지휘부와 지속 접촉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입, 확전 및 유럽의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10일(현지시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향해 전투기를 출격시켜 격추했다고 밝혔다.
폴란드군은 이날 "우리 영공에 진입했던 드론 중 일부가 격추됐다"며 "(잔해) 추락 가능성이 있는 지점들을 수색하고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드론은 여러 차례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으며, 레이더가 10개 이상의 비행체를 포착했다"며 "이 중 위협이 될 수 있는 일부는 무력화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색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국민들에게 자택 내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특히 폴란드 동부 포들라스키에, 마조비에츠키에, 루블린 주를 위험 지역으로 지목하며 주민 870만명에게 실내 대피령을 내렸다. 870만명은 폴란드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폴란드군은 러시아가 드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국 영공을 전례 없이 침범했다며 "이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공격 행위"라고 비난했다.
영공 침해로 폴란드 에너지 인프라에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미워시 모티카 폴란드 에너지 장관이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군 지도부, 국방부 장관, 대통령 등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10일 오전 8시에는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폴란드 정부는 나토 지휘부와도 소통하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작전이 진행 중이며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나토의 일부인 자국군을 동원해 러시아 군사자산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례적인 긴장 고조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를 깊숙이 공격하는 과정에서 드론이 인접한 폴란드로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BBC 방송에 따르면 이번 드론 격추와 같은 폴란드의 군사적 개입은 우크라이나전이 2022년 2월 발발한 이후 처음이다.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전에 직접 개입하게 되면 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까닭에 무력 사용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는 한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집단방위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동맹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 자체는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이다.
동유럽에 위치한 폴란드는 동북쪽으로는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벨라루스, 동남쪽으로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날 러시아 드론의 영공 침범과 이에 대응해 전투기가 출격하면서 바르샤바 국제공항 등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현재 쇼팽 공항 상공은 다시 열려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 상태다.
앞서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해 자모시치시에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이날 새벽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르비우와 볼린의 서부 지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대부분 지역에 몇시간 동안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김연숙 김아람 기자 changyong@yna.co.kr, nomad@yna.co.kr,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