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전 세계 10명 중 1명이 비만…기업 마케팅 영향"
건강하게 자랄수 있는 환경 조성하지 못한 "사회의 실패"로 규정
전 세계 5∼19세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이 저체중율을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아동·청소년의 저체중율은 2000년 13%에서 올해 9.2%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비만율은 3%에서 9.4%로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유니세프는 비만율이 저체중율을 처음으로 앞지른 올해를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비만율이 저체중율을 앞질러 전 세계 아동·청소년 10명 중 1명꼴인 1억8천800만명이 비만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이나 가정의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 아니라 이윤을 좇는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마케팅 때문이라는 게 유니세프의 진단이다.
유니세프의 영양 분야 법률 전문가인 캐서린 섀츠는 AFP 통신에 "아이들은 특히 학교에서도 설탕이 가득한 음료와 짠 스낵과 같은 건강에 해로운 음식 광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세프가 170개국 6만4천명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는 지난 한 주간 탄산음료, 스낵, 패스트푸드 광고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정크푸드들이 신선한 과일, 채소, 단백질보다 저렴해 가정의 식단에서 점차 신선식품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니세프는 이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사회의 실패"로 규정했다. 또한 운동만으로는 건강에 해로운 식단의 악영향을 상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선진국에서 비만율이 높았지만, 2000년 이후로는 옛말이 됐다.
특히 태평양 섬나라의 비만율이 높게 나타났다. 니우에는 38%, 쿡 제도는 37%, 나우루는 33%에 달했다. 2000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한 이 수치는 전통적인 식단에서 저렴하고 편리한 수입 식품으로 식생활이 변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유니세프는 보고서를 통해 건강한 식품 환경 조성을 위해 정크푸드 광고 제한, 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 신선한 농산물 생산 장려 정책 등 구속력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