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마더스데이 / 부모님들은 외롭다

 노인아파트 사는 한인 노인들 하염없는 '자식들 기다리기'
"외롭다" 불평은 사치, '오직 자녀들 성공해 잘살기만'기대
 양로보건센터 등도 90%이상이 자식들 도움없이 혼자 다녀

 

▣사례 1
 #박 모 할아버지(82)는 2년 전 부인과 사별한 후 LA다운타운의 한 노인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무릎이 시원치않아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식사나 빨래는 일주일에 한두번 오는 간병인 아주머니가 도와줘 별 문제는 없으나 그외 혼자서 할 수 없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밤에 잠자는 도중 다리에 쥐가 나거나 할때는 혼자 사는 것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아들네가 그립다. 박 할아버지는 오늘 아들이 좀 찾아왔으면 하고 기다린다. 그저께부터 등이 결려서 파스를 붙이고 싶은데 딱히 붙여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없다. 옆집 할머니나, 여자 간병인에게 붙여달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사례 2
#지난 달 초 밴나이스 소재 노인 아파트 102호에 사는 김 모 할머니(84)는 위층 203호에 사는 동갑내기 이 모 할머니가 주말 동안 보이지 않아 궁금했다. 평소에도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잘 안하는 이 할머니가 혹시 어디 아픈 것이 아닌가 하고 방문을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3일째 되는 날 이상하다 생각한 김 할머니는 매니저의 도움을 얻어 문을 열었더니 이 할머니는 발을 헛디뎌 벽장 문과 침대 사이에 끼인채 거의 실신 상태에 빠져있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김 할머니는 주말은 커녕 평소에도 혼자 사는 부모를 찾거나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이 할머니의 자식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찾아오는 가족이나 자녀없이 외롭게 지내는 한인 노인들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마더스데이를 맞은 노부모들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다.

 한인 노인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LA의 한 노인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입주 노인들이 양로보건센터 등 복지시설에 나가는 경우는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복지시설 프로그램에도 수혜자 자격 조건이 있고, 더욱이 거동이 불편해 가고 싶어도 못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경우 자녀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자주 찾아오는 자녀들은 많치않다.

  LA에서 간병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모씨(56)는 "간병인 밖에는 이렇다 할 친구도 말동무도 없는 노인들이 많다. 자식 자랑을 많이 하는데 정작 찾아오는 자녀는 좀처럼 볼 수가 없어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양로보건센터도 마찬가지다. LA한인타운에 있는 킹슬리양로보건센터엔 하루 140여명의 한인 노인들이 찾는다. 대부분 노인아파트에 사는 경우로 적적하게 지내다 못견뎌 찾아오는 노인들이다. 부부끼리 찾아오는 경우는 10명 중 1명 정도 뿐이고, 90%가 혼자 찾는 사람들이다. 이 센터의 송광택 간호사는 자녀들이 부모의 집이나 센터로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경우는 전체의 30% 정도 뿐이고, 특히 10명 중 2명 정도는 찾아오는 가족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송 간호사는 "집에서 TV만 보고 외롭게 지내시다 우연찮은 기회 또는 주변의 권유로 센터에 와보시는 분들이 많다.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이 곳을 처음 찾는 분들 중 우울증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윌셔양로보건센터의 최인자 코티네이터는 "특히 자녀가 직접 센터에 모시고 오는 경우는 가뭄에 콩나듯 한다"며 "젊은 자식들이 좀 많이 바쁘겠냐는 식으로 말하면서 내 딸이, 아들이 바쁘다는데 그리움이나 외로움 쯤은 두번째로 여기신다"고 말했다.

 어느새 외로움도 우리 부모님들에겐 사치가 돼버렸다. 마더스데이가 모레다.